정부 에너지대책 '재탕삼탕'…車10부제 공기관만 의무화

  • 입력 2000년 9월 15일 18시 54분


앞으로 유흥업소는 밤 11시 이후에는 네온사인을 꺼야 하고 목욕탕은 주 1회 휴업을 해야 한다. 차량 10부제 운행은 공공기관만 의무화하고 민간은 자율적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15일 오전 이한동(李漢東)총리 주재로 경제 부처 장관과 사회 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국가 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의를 갖고 이같은 내용의 에너지절약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방안은 과거 고유가사태 때마다 정부가 내놓았던 ‘대증요법’식의 정책을 다시 나열한데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목욕탕 주 1회 휴업의 경우 작년 8월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폐지한지 불과 1년 만에 고유가대책으로 ‘포장’해 슬쩍 끼워 넣었다. 또 전기 요금의 경우 월 사용량 300㎾ 이상의 가정을 대상으로 요율을 대폭 인상하는 방안이 추진되지만 월 사용량 300㎾ 이상 가구는 국내 전체 가구의 6.8%에 그쳐 현실적으로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날 상업시설의 에너지절약 방안으로 호화사치성 업소의 네온사인을 밤 11시까지만 켤 수 있게 했으며 목욕탕 주 1회 휴무제를 다시 살리기로 했다. 골프 야구 등의 야간경기도 억제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달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때 차량 2부제 실시를 추진해본 뒤 성과에 따라 10부제 실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산업자원부는 “10부제 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연간 1억7000만달러의 에너지 절감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위반 차량을 단속하기 위한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이같은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또 공공 기관의 10부제 운행은 현재 참여율이 38%에 그치고 있어 자율적인 10부제 운행이 실효를 거둘지, 대기업 등이 참여할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또 대규모 사용가구에 대해서는 요금 할증률을 50% 이상 올리되 사용량 기준을 얼마로 할지는 추후 결정키로 했다. 원가의 78% 수준인 산업용 전기요금도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선 또 철강과 시멘트, 석유화학 등 산업부문 에너지 소비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다소비업체에 대해 현행 5%인 에너지 투자 세액 공제를 10%로 올리고 에너지 시설 지원 자금도 현행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풍력과 수력,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2006년까지 석유 비축 물량을 기존 29일분에서 60일분으로 확충키로 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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