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고속도로 보행자 사망 운전자 책임없다"

  • 입력 2000년 9월 9일 16시 49분


‘고속도로 무단횡단 조심하세요.’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 보행자를 미리 발견할 상황이 아니었다면 제한속도 위반 등 위법 행위로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서성·徐晟대법관)는 9일 고속도로에서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윤모씨(32)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취지로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 항소부로 되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적으로 운전자는 고속도로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을 것까지 예견해 운전할 주의의무가 없고 상당한 거리에서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미리 예상할 만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만 과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윤씨가 시속 100㎞인 제한속도를 20㎞ 초과해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채 버스를 뒤따라가다 추월한 직후 40m 앞에서 갑자기 뛰어든 보행자를 발견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윤씨의 운전위법행위와 사고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지난해 5월8일 자기차를 몰고 호남고속도로 하행선 정읍인터체인지 부근을 지나다 무단횡단하려고 갑자기 고속도로로 뛰어든 하모씨(52)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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