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불법대출]申전지점장 "본점엔 총액나와"

  • 입력 2000년 9월 5일 18시 51분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의 ‘진실’은 뭔가.

검찰은 이 사건이 한빛은행 전 관악지점장 신창섭(申昌燮·48·구속)씨가 주도한 대출사기극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 한빛은행도 ‘신 전지점장의 단순 대출사기’라고 공식적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당사자인 신씨 본인의 생각과 입장은 어떨까. 신씨의 검찰에서의 진술과 태도, 신씨 측근과 은행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신씨는 이런 ‘결론’에 대해 불만과 이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씨와 가까운 한 은행 관계자는 “신씨는 이 사건이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책임을 지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만 지우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신이 사건의 ‘주연’이기는 하지만 ‘1인극’은 아니라는 주장인 셈이다.

신씨가 면회를 간 측근들에게 주장한 사건의 진상은 이렇다.

신씨는 관악지점장으로 부임한 직후인 지난해 3월 지점의 대출현황을 살피다가 박혜룡(朴惠龍·47·구속)씨가 대표로 있는 아크월드에 100여억원의 대출금이 집중돼 있는 것을 보고 놀라 대출금 회수에 나섰다는 것.

그러나 신씨는 곧 마음을 바꿨다. 박씨는 지점에서 ‘거물’ 행세를 했고 그를 대하는 직원들의 태도도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씨는 직원들로부터 박씨가 박지원(朴智元) 당시 대통령 공보수석의 조카라는 얘기를 듣고 ‘특별대우’를 했다.

특히 올해 1월 ‘아크월드를 도와주라’는 이수길(李洙吉)부행장의 전화를 받은 후에는 박씨에 대해 ‘안심하고’ 대출을 급격히 늘렸다는 것이 신씨의 고백. 은행 내에서는 상징적 존재인 은행장보다 인사권과 대출심사권을 갖고 있는 부행장의 파워가 더 센데 특히 이부행장은 은행내의 최고 실세로 소문나 그의 전화를 받고는 박씨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신씨는 또 자신이 3억원 이내의 규모로 잘게 쪼개 대출을 했기 때문에 본점에서 몰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의를 단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잘게 쪼개 대출을 해도 전체 시재(時在)가 나오기 때문에 한 기업에 대출을 몰아서 해주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주장이다.

신씨는 이같은 맥락에서 자신이 거액을 횡령하거나 대출커미션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실세’를 믿고 자신이 ‘알아서 긴’ 것인데 따로 주머니를 챙길 수 있었겠느냐는 얘기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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