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0억 사기 변인호씨 동생 검거…페루서 붙잡아

  • 입력 2000년 8월 24일 18시 39분


법무부는 24일 3억달러의 외화를 밀반출하고 해외로 도피한 혐의를 받고 있는 변병호(卞丙鎬·34)씨를 인터폴과의 공조수사로 페루에서 붙잡아 이날 한국으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변씨는 3900억원대 금융사기 행각을 벌여 재판을 받던 중 구속집행정지된 뒤 중국으로 도망친 변인호(卞仁鎬·43)씨의 동생으로 그의 범행은 형 인호씨와 공모해 이루어졌다.

페루는 우리와는 범죄인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은 국가. 페루로부터 변씨를 넘겨받을 수 있었던 것은 법무부가 인터폴 및 외교채널과 밀접한 공조를 이룬 결과다.

변씨는 96∼97년 홍콩에 회사를 차려놓고 국내의 형에게 허위로 고가의 반도체를 수출하는 방식으로 3억달러의 외화를 빼돌린 뒤 잠적했다.

변씨가 외국에서 잠적했기 때문에 정확한 소재지를 알 수 없던 법무부는 전세계적인 수사공조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터폴을 동원했다. 법무부가 인터폴에 변씨의 범행사실을 타전한 것은 4월28일.

6월초 페루 인터폴에서 변씨의 행적을 발견했다는 연락이 왔다. 변씨가 가족과 페루 정부에 영주권을 신청했다는 사실이 인터폴 수사망에 걸린 것.

하지만 범죄인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은 페루 정부는 변씨의 송환에 난색을 표했다. 더욱이 변씨의 부인이 변씨를 폭행 혐의로 고소해 페루 정부는 국내법에 저촉된 범죄자를 외국으로 내보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때부터 페루 정부에 대한 법무부의 다각적인 외교 활동이 이어졌다. 페루 주재 대사가 페루 대법원장과 법무부 차관, 검찰총장, 대통령 비서실장을 잇달아 접촉했다.

결국 두 달여에 걸친 외교적 노력으로 변씨의 송환이 지난달 26일 결정됐다.

법무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페루 정부와 앞으로 범죄인인도조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와 범죄인인도조약을 체결하고 있는 국가는 호주 필리핀 미국 스페인 몽골 캐나다 칠레 파라과이 멕시코 등 9개 국가. 이들 국가로부터 인도받은 범죄인은 지금까지 총 5명에 불과하다.

한편 법무부는 변씨와 같은 해외도피 사범이 현재 600∼630명에 이르며 이중 미국에 가장 많은 260여명이 있고 다음으로 일본과 중국에 각각 80여명, 60여명씩 있다고 밝혔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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