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분업 적극참여"…의협, 조건부 재폐업 결의

  • 입력 2000년 7월 20일 18시 55분


그동안 약사법 개정안에 반발해온 약사들이 의약분업의 적극 참여로 입장을 선회한 반면 의사들은 재폐업 의지를 다지는 등 계속 투쟁을 천명해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약사회는 내달 1일부터 본격화하는 의약분업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모든 투쟁행위를 중단한다고 20일 선언했다.

약사회는 “약사법 개정안에 의료계의 요구만 대폭 수용돼 불만이 많지만 분업 시행일이 목전에 다가온 이상 법개정 논란을 둘러싼 소모적인 집단행동에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의약분업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의 약사법 개정안에 반발해 18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간 김희중(金熙中)회장 등은 이날 오후부터 농성을 풀고 분업 준비에 돌입했다.약사회는 분업 준비를 위해 △전문의약품 비축 △동네약국의 활성화 △특정의료기관과 특정약국의 담합금지 등이 요구된다며 정부에 후속대책을 건의하기로 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서울시의사회관에서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대의원총회를 갖고 △대체 및 임의조제를 근절할 수 없는 약사법 개정안 전면 반대 △구속된 김재정(金在正)의협회장의 즉각 석방과 의쟁투 관계자 수배 해제 △대통령 직속 ‘보건의료발전특별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했다.

의협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국민건강 확보와 의권회복 차원에서 의사면허 포기 및 폐업투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결의했다.

이 자리에서 대의원들은 6일 있었던 재폐업을 찬성하는 투표결과를 인준, 의협 집행부의 결정만 있으면 언제든지 재폐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의료계의 단축진료 투쟁 3일째인 20일 동네의원의 절반 가량이 오후 진료를 하지 않았으나 당초 단축진료에 동참키로 했던 전공의들이 대부분 행동에 나서지 않아 병원에서는 정상진료가 이루어졌다.

이날 전국 동네의원 1만9183곳 중 오후에 휴진을 한 곳은 53.6%(1만274곳)로 지역별로는 울산(82%) 경북(70%) 부산(60%)이 높았으며 충남(31%) 전남(37%)은 휴진율이 낮았다.

한편 다른 종합병원에 비해 그동안 원외처방률이 저조했던 서울대병원이 분업 전면 실시를 열흘 앞둔 22일부터 원외처방전을 전면 발행키로 결정하는 등 종합병원의 의약분업 참여가 활성화돼 분업과 관련한 종합병원과 동네의원들의 입장도 크게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성희·김준석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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