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인상 미흡" 동네의원들 생존권 투쟁

  • 입력 2000년 7월 18일 19시 05분


▼단축진료 큰 혼란 없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권쟁취투쟁위원회가 국회에서 심의중인 약사법개정안에 반발, 18일부터 5일간 오후에 동네의원 휴진을 결의했으나 실제로 휴진한 의원이 거의 없어 우려됐던 환자들의 불편과 혼란은 없었다.

대다수의 의원들은 “갑작스러운 결정이라 연휴가 끝난 첫날부터 단축진료를 하기는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19일부터 의쟁투의 결의에 따르기로 하고 이날 오후 휴진 공고문을 병원 문 앞에 게시하기도 했다.

의쟁투는 18일 오후 7시반 중앙위원회를 열어 앞으로의 투쟁방법과 시기 등에 대한 논의를 벌였으며 의쟁투 중앙위원은 이날 밤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약사법 개정과 관련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의사들은 동네의원을 운영하는 30, 40대의 개원의들이다. 이는 동네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약을 많이 사용하는 내과 소아과 등이어서 약가 마진 제거로 인한 경영 타격이 가장 큰데다 의약분업에 대한 위기감도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전국에 있는 동네의원은 모두 1만8700여곳. 의쟁투 한 관계자는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문을 닫는 동네의원들이 수두룩하게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의약품 실거래가 상한제 실시로 약가 거품이 빠졌으나 그에 비해 수가인상 폭은 너무 좁다는 것.

실제로 그동안 주사를 놓고 약을 지어주면서 근근히 버텨온 동네의원이 많다. 고가의 의료장비를 리스해 놓았다가 낭패를 입게 될 것이라며 울상을 짓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네의원 의사들은 또 약사법이 개정되더라도 약국에서 임의조제와 대체조제가 많이 이루어질 것이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대형병원과 약국에 모두 환자를 빼앗길 경우 동네의원의 존립기반이 완전히 상실될까봐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한약사회도 김희중(金熙中)회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임원들이 18일 오후부터 약사회 회관에서 ‘국회의 약사법 개악’을 반대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정용관·김준석기자>yongari@donga.com

▼약사법개정안 통과이후▼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약사법 개정안이 여야간의 논란 끝에 ‘약사법 개정 6인소위’의 원안에서 약간의 수정을 거쳐 통과됨으로써 의약분업을 위한 새로운 법률적 틀이 갖춰졌다.

이날 복지위에서 통과된 약사법 개정안은 △5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의약품의 낱알 판매를 금지시키고 △의약협력위에서 결정한 600여품목의 상용처방약에 대한 대체조제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의료계가 주장해온 핵심사항은 거의 받아들여졌다.

복지위는 논란이 됐던 차광주사제는 원안대로 분업대상에 포함시키는 대신 의사의 진료권을 존중해 시행령에 특이체질 환자는 상용처방약이 아니더라도 대체조제를 금지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안이 통과되면 8월중 새로운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해 빠르면 9월 중순부터 개정 약사법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의약분업의 앞날이 밝은 것은 결코 아니다. 우선 약사법 개정 과정이 의약사들간에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의원입법으로 처리된데다 개정안에 반발해 동네의원들이 오후 휴진에 들어가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자기들이 내놓은 약사법 개정안에서 단 1항목도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약품의 낱알판매를 즉각 금지시키고 대체조제도 완전히 금지하라는 것이다. 한때 불신임됐던 신상진(申相珍)의권쟁취투쟁위원장이 재신임을 받으면서 대화국면이었던 의협의 분위기가 강경으로 돌아선 것도 큰 요인이다.

약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사법 재개정 논의가 국민의 입장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의 실력행사에 따라 이뤄졌다”며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계도기간으로 설정된 7월 한달 중 절반이 지났는데 아직도 약국에 의약품 공급이 안되는 것도 문제다. 의사들이 다빈도 처방약 리스트를 넘겨주지 않는데다 의약분업이 유동적 상황에서 제약회사들도 약공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 8월 의약분업이 전면 시행되더라도 당분간 파행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