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파업 장기화…대체인력 투입

  • 입력 2000년 7월 17일 23시 44분


“지금은 노조가 파업중입니다. 긴급한 민원이면 지사를 직접 방문해 주십시오. 급하지 않은 민원은 나중에 처리해도 추후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민원 전화(1588―1125)를 걸면 나오는 응답이다.

노조 파업에 따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파행 운영으로 민원인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공단측이 18일부터 대규모 대체인력을 민원 현장에 투입키로 하는 등 노사 갈등이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17일 “파업이 이 상태로 계속될 경우 민원업무의 원활한 처리가 어렵다고 판단해 우선 1차로 퇴직자 등을 중심으로 968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키로 했다”고 말했다. 또 상황에 따라 추가 대체인력을 단계적으로 투입할 방침.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신인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 시절에도 극심한 노사 대립을 겪었지만 대체인력이 투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이날 현재 공단 전체 임직원 1만2600여명 가운데 지역의보를 담당하는 전국사회보험노조 소속 7200여명(57%)의 조합원이 20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간부들과 비조합원 중심으로 지역의보 보험료 고지서 발급 업무 등 당장 급한 업무는 그럭저럭 이뤄지고 있으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업무 공백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전화를 통한 보험료 상담, 독촉 고지서 발송, 주소변경 처리 등과 같은 업무는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또 병원의 부당청구 및 보험급여 제한 업무 등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사는 임단협 문제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다가 지난달 30일 협상타결에 실패한 뒤 노조 공단 점거 농성, 공권력 투입을 통한 강경 진압, 노조측의 이사장 감금 폭행, 공단측의 노조 간부 35명 중징계 등이 맞물리며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파업 때는 노조측과 타협해 미봉책으로 덮었으나 이번 파업은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한다는 게 공단의 방침”이라며 노조의 대국민 사과와 무조건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반면 노조측은 박태영(朴泰榮)이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파업 계속의 입장을 천명하는 등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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