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참사 분향소]조문정치인들 잇단 수모

  • 입력 2000년 7월 16일 18시 39분


경부고속도로 수학여행 관광버스 추돌참사로 숨진 부일외국어고 학생 13명에 대한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부산 사하구 감천1동 부일외고 체육관에는 16일 각계 인사와 이 학교 재학생 졸업생 등이 찾아와 조문했다.

○…사고 당시 헌신적으로 제자들을 구해낸 독일어과 윤현정교사는 이날 낮 12시20분경 자신이 입원해 있는 영도 해동병원에서 제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합동분향소로 와 오열. 윤교사는 “숨진 제자들과 부모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며 흐느끼다 실신하기도. 또 독일어과 2학년 반장 이동희양(17)은 “숨진 수전이와는 친동생처럼 지내왔는데, 떠나기 전날 잘 다녀오겠다고 하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며 눈물.

○…희생자 13명의 친구와 선배들은 독일어과 1학년 교실 칠판에 짧은 글을 써놓아 이들의 넋을 위로.

“너희와의 짧은 추억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거야. 우리가 항상 너희를 생각하고 지켜보며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살겠다. 꿈에서라도 반갑게 만나자”는 등 추모의 글과 함께 “운전기사 잡히면 죽는다”는 원망의 내용도 등장.

또 숨진 이경민군의 노트에는 “이럴 줄 알았으면 죽기 전에 네가 좋아하는 편지 많이 써줬을텐데, 앞으로는 자주 쓰겠다. 너랑 얘기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는 여자친구의 애절한 글이 적혀 있기도.

○…이날 오전 9시20분경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가 김기재(金杞載)의원 등과 함께 조문. 그러나 일부 유족들은 서대표가 헌화하려 하자 “필요없다”며 돌아갈 것을 요구.

이에 앞서 15일 오후 3시20분경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의원을 시작으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권철현(權哲賢)대변인 등 정치인 10여명과 문용린(文龍鱗)교육부장관 등이 잇따라 분향소를 방문하자 유족들은 “나랏일이나 제대로 하지 이곳에는 왜 왔느냐”고 고함.

○…부산시교육청과 부일외고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수학여행의 문제점과 숨진 13명의 명복을 비는 글이 폭주.

‘부일외고 3기’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시간이 아까워 수학여행을 1학년 때 미리 갔다와 버리는 잘못된 교육현실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고 지적.

<부산〓조용휘·석동빈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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