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6만5천명 11∼14일 집단휴가…정부, 비타협선언

  • 입력 2000년 7월 5일 18시 22분


정부가 5일 은행 파업과 관련, “2단계 금융개혁은 노조와 타협할 사안이 아니다”고 못박고 파업이 발생할 경우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임을 강도 높게 천명했다.

정부는 특히 ‘은행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 및 조직 감축은 없을 것’이라는 종전의 유화기조를 수정,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인력 감축에 나서면 관여하지 않겠다”며 노조 파업에 밀려 금융개혁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산업 노조는 이에 반발해 6만5000여명의 조합원들에게 11일 총파업 개시와 함께 4일간 집단휴가를 신청하라는 행동 지침을 각 지부에 전달하는 등 정부와 은행노조의 대치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노조의 파업 찬반투표 결과 찬성률은 90.3%로 잠정 집계됐다.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 장관은 5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강연회에서 “2단계 금융구조조정의 기본 방향은 노조와 타협할 사안이 아니며 정부는 금융지주회사제 등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장관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경영진에게 스스로 활로를 찾을 기회를 주겠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여의치 않으면 정부가 직접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한빛 조흥은행에 대해서는 정부가 구조조정을 주도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도 간부회의에서 은행 노조와의 대화 노력을 병행하되 파업에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이위원장은특히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강제적으로 인력 감축을 하지는 않겠지만 금융기관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율적으로 인력 조직 감축을 하는 것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재경부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와 관치 금융 반대를 이유로 노조가 파업하는 것은 명분이 약할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로 금융개혁이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원칙대로 대응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파업에 대비해 △금융기관 유동성 확보 △공과금 납부 시스템 정상화 △전산부문 대체인력 확보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파업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제일은행 노조가 이날 파업 동참을 선언한데 이어 한미 수출입은행도 가세하는 등 총파업 사태가 전 은행권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금융결제원 노사는 금융전산망 마비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파업 기간중에도 전산망 가동과 어음교환 결제 등 필수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키로 합의했다.

<박원재·박현진·김승진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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