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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2일 2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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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연결〓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번호를 3자리 숫자로 통일시킨 새로운 시스템은 구 체제와 충돌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번호가 0335인 경기 용인시 전화번호를 누르다 새로운 시스템상 지역번호가 033인 강원 동해시로 연결될 수도 있는 것.
이 같은 불편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 한국통신측은 지난달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무심코 변경 전 지역번호를 누를 경우 원치 않는 지역으로 전화가 연결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기 때문.
북광주전화국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존 지역번호와 변경된 번호와의 ‘충돌현상’ 때문으로 기존의 전남 목포시 지역번호(0631)가 전북(063)과 겹치고 군산의 일부 가입자 국번이 1로 시작돼 교환기가 이를 확인하는 데 몇 초 걸려 발신음이 늦게 떨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혼란스러운 전화가입자〓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의 전화국에는 변경된 사실을 알지 못한 가입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어떻게 된 거냐’는 질문에서부터 다른 시 군으로 전화할 때 어떤 지역번호를 눌러야 하는지를 묻는 등 다양했다.
충북 청주에 사는 김모씨(52)는 “충주시청(기존 지역번호 0441) 전화번호를 알려 달랬더니 114 안내에서 ‘지역번호 043에 850-5114’로 알려줘 전화를 했더니 안되더라”면서 한국통신에 다시 문의하니 같은 도내인 경우 안내는 지역번호를 앞세워 알려주지만 실제는 지역번호는 누르지 않고 850-5114만 눌러야 한다고 알려 주더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사용자들도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 지역번호 체계가 변경돼 휴대전화 화면에 뜨는 숫자 표시가 제대로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고 바뀐 지역번호가 아닌 바뀐 사실만 알려주는 무성의한 답변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가중되는 업무 혼란〓2일은 휴일인 일요일.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는 3일에는 바뀐 전화번호 체계 때문에 업무처리에 애로를 겪는 기업들이 상당수에 달할 전망이다.
먼저 팩스의 경우 자주 전송하는 거래처 팩스번호를 입력해두고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일일이 변경하려면 한두 시간 이상이 걸린다. 또한 어떻게 변경됐는지를 파악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도착해야 할 서류가 제시간에 도달하지 않는 것. 거래 상대방이 전화번호 변경 사실을 모를 경우 손쓸 방법이 없다.
또한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 지역과의 거래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이를 알 길이 없는 해외 바이어로부터 서류를 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화번호와 같은 중대한 체계를 변경하면서 홍보 노력이 너무 소홀해 실망스럽다”면서 “외국에서는 이 같은 전화번호 변경에 1년 이상의 장기적인 대국민 홍보 노력을 기울인다”고 지적했다.
▽네티즌도 피해자〓‘어정쩡한’ 전화번호 체계 변경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네티즌층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우리나라 가정의 대다수가 전화접속 모뎀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014XY의 통신전용 번호 대신 일반 전화번호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네티즌은 영문도 모른 채 인터넷 접속에 실패할 수 있다. 지방의 한 네티즌은 “통신전용번호는 접속자가 항시 많아 접속시간이 빠른 일반 전화번호를 이용하는데 지역번호가 변경된 사실을 몰라 처음에는 통신회사 서비스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면서 “다른 네티즌들도 사정이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