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30일 1차준공]'첨단 공항' 베일 벗다

  • 입력 2000년 6월 27일 19시 22분


무역회사 과장인 김동아씨는 오전 9시 허겁지겁 집에서 나왔다. 미국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출발 시각은 오전 11시. 국제공항이 김포공항보다 2배나 먼 인천 영종도로 옮긴 뒤 처음 가보기 때문에 늦을까봐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곧바로 시청 앞에서 직행버스를 탈 수 있었다. 방화대교를 거쳐 공항 전용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시원하게 뚫린 도로 좌우로 나지막한 산과 들의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졌다. 50분 만에 공항 여객 터미널에 도착했다. 공항 전용고속도로라 그런지 막히지 않아 생각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인천국제공항은 3층 도로에 내리면 바로 체크인카운터와 출국장이 연결돼 있다. 여객청사 3층에 들어서니 기둥 하나 없이 탁 트인 공간이 시원스러웠다. 체크인하고 짐을 부치는 데 15분. 짐에도 항공권과 똑같은 바코드를 붙이기 때문에 예전과 달리 짐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출국장에서는 휴대품 검색이 생략됐다. 여권이나 미리 부친 짐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만 휴대품을 검색하기 때문에 출입국 수속이 단축된다. 탑승라운지와 비행기로 들어가는 탑승교는 모두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여 어디에서나 너른 활주로와 영종도의 자연풍경을 느낄 수 있다. 김씨는 40분 안에 넉넉히 모든 절차를 끝내고 비행기에 오른다. 내년 3월말 개항할 인천국제공항을 미리 가 본 모습이다.인천국제공항이 30일 거행될 1차 시설 준공식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8년 간의 대역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1700만평의 광활한 갯벌을 매립한 부지에, 단일 공항 건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여객청사와 관제탑 활주로 등이 들어섰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 본 여객 청사는 건물 전체가 한 대의 비행기 같기도 하고 거대한 바다 위에 뜬 돛단배 같기도 하다. 건물 지붕에는 배의 돛 모양을 본 뜬 수많은 하얀 철골 구조물들이 장식돼 있다. 바다 위 섬에 자리한 인천공항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설계다.

지하2층, 지상4층의 여객청사 안에는 면세점과 은행은 물론 헬스와 사우나, 비즈니스센터, 전자오락실 등이 있어 여가 시간을 활용할 수 있고 공항 안에서 행선지의 호텔을 예약할 수도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박근해(朴槿海)전기통신본부장은 “첨단 이착륙시설과 종합정보시스템에 의해 악천후에도 시계(視界)가 200m만 확보되면 비행기 운항이 가능해 세계 최고수준인 결항률 0.48% 이하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현재 김포공항의 결항률은 2.48%.

그러나 공항 개항을 앞두고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도 많다. 우선 공항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인천공항고속도로 하나밖에 없다는 점. 만일 대형 교통사고가 나서 이 도로가 막히면 최악의 경우 근처 율도에 가서 배를 타고 공항으로 들어가야 한다. 철도는 2007년에나 완공되고 송도시와 연결되는 제2도로는 2002년에나 착공된다.

또한 내년 3월말 개항 때까지 호텔이 완성되지 않아 통과 승객이나 승무원들은 서울이나 인천에서 숙박할 수밖에 없다. 잦은 설계변경과 민자유치 차질로 주변 시설들이 거의 들어서지 못한 채 공항시설만으로 개항하는 것도 문제다.

▼요런게 명물▼

인천국제공항에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건축 공법을 이용한 구조물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영종도와 육지를 잇는 ‘영종대교’. 2층으로 이루어진 다리의 1층에는 한가운데 철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4차로가, 2층에는 6차로가 놓인다. 영종대교는 기둥과 연결된 케이블에 의해 스스로를 지탱하는 자정식(自定式) 현수교(懸垂橋). 케이블은 수 백 년을 견딜 수 있도록 지름 5.1㎜의 특수아연강 케이블을 무려 4670 가닥씩 설치했다. 주케이블과 다리를 연결해주는 180개의 로프는 가닥마다 압력과 각도 등을 계산한 3차원 방식으로 세계 최초라는 것이 신공항고속도로주 구상우(具祥祐)차장의 설명이다.

기둥이 한 개도 없는 인천국제공항 여객청사의 3층 천장도 명물이다. 지하2층 지상4층으로 이뤄진 여객청사는 다른 층에는 기둥이 있지만 출국층인 3층에는 기둥이 없다. 3층 바닥에서 무게 1250t의 천장을 조립해 유압잭 10대로 동시에 들어올려 설치하는 공법을 사용했다.

여객청사 가운데는 1층부터 3층까지 트인 ‘밀레니엄홀’이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밀레니엄홀 안에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누드 엘리베이터와 양 옆의 소나무들이 이채롭다. 금세 지붕을 뚫고 솟아오를 듯한 높이 13m의 소나무 20여 그루는 가운데 철심이 박힌 가짜 나무. 실내에서는 대형 소나무가 살기 어려워 가짜를 심었으나 누구나 속을 만큼 감쪽같다. 생음악 연주무대도 있어 승객들의 피로를 덜어줄 예정이다.

주차장과 철도역 등이 들어설 교통센터의 지붕 설치에는 근처에서 만들어 정위치로 밀어넣는 슬라이딩 공법이 국내 최초로 도입된다.

▼기록으로 보면…▼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를 매립한 인천국제공항의 부지는 모두 1700만평. 여의도의 18배 크기다.

매립에 들어간 흙만도 8290만㎥. 15t 트럭 1036만대분으로 이 트럭들을 일렬로 세우면 서울과 부산 사이를 110번 왕복할 수 있다. 모두 61개 건물에 들어간 설계도면만 45만장. 차곡차곡 쌓으면 15층 빌딩 높이가 된다.

150여개 건설 회사가 시공에 참여해 하루 평균 1만3000여명이 일했다. 공항 조경에 사용된 나무는 183만 그루. 국내외 승객들이 이용할 여객 청사는 연면적으로 약 15만평, 서울 63빌딩의 3.1배 크기다. 단일 공항 건축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

인천국제공항은 개항과 함께 연간 2700만명의 여객을 운송하고

17만회의 항공기 운항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3분에 1대씩 비행기가 뜨거나 내리는 것. 2020년 2단계 공사가 완공되면

연간 1억명(하루 27만4000명)의 여객과 53만회(1분에 1대)의 항공기 착륙이 가능하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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