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국립의료원 의사들 의료사고 부담속 仁術

  • 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27분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내일부터는 더 많은 환자들이 몰려올 텐데….”

사상 유례 없는 병원 폐업사태에도 불구하고 의료 현장을 지키는 국립의료원 한 의사의 탄식이다.

응급환자들이 종합병원 등에서 진료를 거부당해 마지막 희망을 갖고 찾아오는 국공립병원.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전문의들만 남아 외래환자와 입원환자는 물론 중환자실 응급실의 환자 진료까지 ‘전방위 인술’을 펼치고 있다.

특히 국립의료원은 국공립의료기관의 대명사 격이 되다 보니 평소 하루 35명 내외이던 응급환자가 폐업사태 이후 100명 이상으로 폭증했고 외래환자도 80% 이상 증가해 1800여명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극도의 피로감을 보이는 의사들은 ‘체력과의 전쟁’에다 ‘의료사고’의 부담까지 안고 있다.

19일부터 하루 2시간밖에 못 잤다는 국립의료원의 한 소아과 전문의(43)는 “몸은 피곤하고 환자는 계속 밀려드는 상황에서 정말 의료사고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폐업의사들은 타협에 성공해 돌아오면 행정처벌로 끝이겠지만 그들 짐을 고스란히 지고 남은 의사들은 의료사고라도 나면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니 이야말로 아이러니”라고 한탄했다.

국립경찰병원과 서울시립 보라매병원도 몰려드는 소아과 및 산부인과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사실상 24시간 비상근무 상태. 경찰병원 역시 오후 10시까지 소아과 외래환자를 받고 있고 산부인과에는 전문의 3명이 배치돼 24시간 진료 중이다.

보라매병원 김종수 진료부장은 “사흘째 집에 못 들어가고 있는데 체력이 얼마나 더 버텨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진영·차지완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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