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지도부 소환소식에 "대화못한다" 격앙

  • 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27분


집단폐업 사흘째인 22일 의료계는 강경 분위기로 반전된 가운데 정부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검찰이 이날 폐업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김재정의협회장과 신상진의쟁투위원장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하자 “이런 탄압이 계속되면 정부와 대화할 수 없다”며 흥분한 모습이었다.

의협 조상덕(曺相德) 공보이사는 “집행부에 대한 검찰의 소환은 집행부와 회원들을 격리시키려는 의도”라며 검찰 소환 불응 방침을 밝혔다. 의사협회는 소환 등에 대비, 자문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그러나 이런 격앙된 분위기에서도 비공식 접촉은 계속됐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의료계는 “보건복지부와는 대화할 수 없다고 했더니 총리실이 나섰지만 총리실이 무슨 권한이 있느냐. 청와대가 직접 대화의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 대표가 오후 3시 의협을 방문하면서 상황은 약간 변했다. 서대표는 “대통령의 지시로 의료계의 고충을 들으러 왔다”며 “정부도 당정 회의를 통해 의료계에 내놓을 카드를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의협측은 “아직 상황은 변한게 없다”면서도 정부가 어떤 카드를 갖고 나올지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였다.

이날 의협 회관에는 전국에서 전공의 의대생 등 500여명이 몰려와 운동가요를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들은 서대표가 들어서자 ‘의권쟁취’를 위치며 정부를 성토하기도 했다.

반면 복지부 관계자들은 의료계와의 대화가 중단되자 23일 열릴 당정 대책회의를 준비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복지부는 22일 정부와 의료계 협상이 총리실의 중재로 이뤄진 데서 알 수 있듯 의료계가 복지부를 직접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아 총리실이나 의료계의 연락을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설명.

복지부는 금주말이 의료대란 수습의 중대 고비이며 이 과정에서 여론 흐름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장차관을 중심으로 언론계 및 시민단체와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송상근·정용관기자>songm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