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의견]김재현/자연 지배서 공존으로

  • 입력 2000년 6월 18일 19시 36분


이름없는 한 벌레가 죽어간들 나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지만 연구 결과 생물다양성은 인류의 미래와 난치병 극복의 최후의 희망이다.

생물다양성의 파괴가 인간에게 주는 교훈과 사례는 한두개가 아니다.

그중 가장 생생한 예가 1884년의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사태.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유전적으로 균일한 씨감자를 밭에 심었다. 이 감자에 잎마름병이 침입해 감자가 전멸하면서 100만명 이상이 기아로 죽어갔다.

미국에 아일랜드계 이민이 많은 것도 이 사태로 인해 아일랜드인들이 고향을 등지면서 시작된 일이다.

그후 한동안 감자의 잎마름병은 살균제로 해결됐으나 1980년대 중반부터 살균제에 내성이 있는 균주가 생겨나 1990년대에는 세계의 감자 수확량을 15%나 감소시켰다.

다양한 생물은 식량공급이라는 측면 이외에 의약품의 원재료로서 인간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

진통제의 대명사 아스피린이 유럽버드나무와 약용식물의 화합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일.

이처럼 생물다양성은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많은 혜택을 주고 있지만 인간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가치관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는 가치관의 전환이 시급하다. 그리고 그 방법은 생물이 진화해온 서식지와 생태계를 그대로 보호하는 길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김재현(건국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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