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우리의 소원' 작곡가 안병원씨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남과 북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우리 귀에 더욱 익숙해진 동요 ‘우리의 소원’의 작곡가 안병원(安丙元·74·캐나다 토론토·사진)씨는 13일 TV를 통해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국제전화로 연결된 그는 “이제 이 노래의 가사대로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살리는 통일’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요즘 이 노래가 많이 불린다는 소리를 듣고 감개무량했습니다. 아버지 생각도 나고요.”

안씨는 ‘우리의 소원’의 노랫말을 쓴 아버지 안석주(安碩柱·50년 작고)씨 생각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 안씨는 1921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나도향의 소설 ‘환희’의 삽화를 그린 우리나라 삽화계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우리의 소원’은 안씨 부자가 47년 3·1절 기념 라디오 노래극을 준비하며 합창곡으로 만든 노래. 당시 노랫말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닌 ‘우리의 소원은 독립’이었다고 한다. 그 후 남한 교과서에 실리면서 노랫말은 ‘통일’로 바뀌었고, 이제는 남북 양쪽이 민족의 통일 여망을 담은 노래로 애창하고 있다.

서울대 성악과 1학년 때 이 노래를 작곡한 안씨는 “처음에는 독립의 기쁨을 담은 노래였는데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로 바뀌었다”며 “북한에선 이 곡이 어느 인민작곡가가 쓴 것으로 알고 있고 가사도 원래는 1절만 있었는데 ‘평화’ ‘민주’ 등을 넣어 3절까지 만들어 부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15년 전 캐나다로 이민 간 안씨가 지금까지 가장 잊지 못하는 기억은 90년 12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송년 통일 전통음악회’. 당시 그는 남북 동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우리의 소원’ 합창을 지휘했다.

“평생 잊을 수 없지요. 내가 조국 통일에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으니까요.”

안씨는 “88년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북에 와서 합창을 지휘해달라’는 초청장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털어놓으며 “통일 후 남북 어린이합창단을 만들어 ‘우리의 소원’을 직접 지휘해보는 것이 늙은이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밝혔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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