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에 유엔총장 명의 기부금 요구 가짜 편지 보내

  • 입력 2000년 5월 26일 19시 33분


‘사기도 세계화?’

고건(高建)서울시장에게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을 사칭해 식량조달 기부금을 요구한 가짜 편지가 도착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발단은 15일 수신인이 고시장으로 된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의 서명이 담긴 영문 편지가 도착하면서부터.

이 서한은 “수단 에디오피아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 매일 4000여명이 식량과 식수 부족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인들을 도우려고 유엔이 세운 식량조달 계획을 위해 기부금을 내달라”는 내용이었다. 편지에는 올 10월24일까지 급히 기부금을 보내달라는 주의사항과 함께 기부금을 받는 창구로 태국의 한 은행에 개설된 2개의 예금계좌까지 적혀 있었다.

그동안 이같은 기부금 요청서를 받은 적이 없던 서울시는 △유엔사무총장이 직접 서울시장에게 기부금을 요구했고 △태국에 예금계좌가 설치된 점 등이 수상하다고 판단, 이틀 뒤인 17일 외교통상부를 통해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에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결과 ‘사기극’임이 드러났다. ‘사기극’의 증거로 편지에 적힌 사무총장의 서명이 위조된 것임은 물론 △유엔 관례상 사무총장은 각국의 시장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지 않고 △UN은 반드시 United Nations로 적는 관행 등이 제시됐다.

이에 따라 유엔 사무국은 “이 편지는 ‘사무총장 사칭 서한’”이라고 잠정 판단했고 주 유엔 한국대표부도 공식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편지의 팩스 송신번호를 추적한 결과 미국에서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 발신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교통상부는 이같은 서한을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받은 적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행정자치부에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비슷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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