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수 구속영장 기각…법원 결정싸고 '논란'

  • 입력 2000년 5월 25일 19시 23분


변종석(卞鍾奭·66)충북 청원군수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법원의 기각이 합당성 여부에 대한 논란을 낳고 있다.

검찰이 24일 변군수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소명부족 등을 이유로 기각한 것.

검찰은 이날 오전 변군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과 후 이번 사건을 “지자체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긴 전형적인 사례”라고 규정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변군수의 혐의는 ㈜나건산업 대표 윤모씨를 군내 온천 관광호텔인 ‘초정약수 스파텔’의 사업자로 선정하는 대가로 5억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실제로 나건산업이 사업자로 선정된 후 4억5000만원을 수수했다는 것.

또 이 과정에서 윤씨에게 도움을 준 공무원 나모씨에 대한 인사청탁 명목으로 윤씨에게서 1000만원을 받은 것과 중국 출장비조로 2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추가됐다.

특히 검찰은 변군수를 구속시킨 후 29일 전국 검찰 특수부장 회의를 시작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의 권력남용과 이를 통한 축재(蓄財)비리 척결에 나서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서울지법이 24일 오후 변군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검찰의 이같은 시도는 첫 걸음부터 어려움을 겪게 됐다.

법원이 밝힌 영장기각 취지는 단순히 ‘불구속사안’이 아니라 ‘무죄취지’에 가깝다. 법원이 영장기각의 주된 근거로 삼은 것은 99년 10월 변군수의 비리혐의를 수사해 무혐의처리한 청주지검의 수사 결과.

영장을 기각한 한주한(韓周翰)영장전담판사는 25일 “4억8000여만원의 돈이 오간 것은 모두 인정하고 있지만 청주지검이 관련자와 주변인들을 세밀히 조사하고 무혐의처분한 데 비해 서울지검은 여기서 더 밝힌 증거도 없이 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우선 오간 돈의 성격과 형식에 대해 검찰과 법원은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4억5000만원 중 2억원은 충북 청원군 초정리의 ‘마을 발전기금’ 명목으로 주민 10여명의 계좌로 입금됐고 2억5000만원은 호텔 공사 건설 계약금 형식으로 변군수의 아들에게 전해졌다.

검찰은 “이는 합법을 가장한 지능적인 뇌물 수수행위”라고 주장한 반면 법원은 “합법을 가장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아직 없다”는 것. 검찰은 특히 변군수가 자신이 소유한 땅 주변에 대규모 호텔 건립을 추진한 것 자체가 정당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사건의 시작인 ‘5억원 약속’에 대해서도 검찰과 변군수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가 ‘호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변군수가 5억원을 요구했고 그에 응해 허가권을 따낼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군수는 영장실질심사 법정에서 “윤씨로부터 돈을 받기로 한 적도 없고 사업자 선정 권한도 부군수 등 군 직원들에게 위임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찰이 혐의로 지목한 4억8000만원 중 단 한푼도 나나 아들이 개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중국 여행비로 받았다고 주장하는 2000만원도 실제는 500만원이며 이 돈은 중국 압록강 유역에 충북 출신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다리를 놔주는 데 썼고 기증식 사진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같은 상황에서 변군수를 구속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주장. 이에 대해 검찰은 시일이 걸리더라도 증거자료를 충분히 보충해 영장을 재청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검찰은 “변군수가 군수에 출마하면서 사용한 선거비용을 충당하고 차기 군수선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지능적으로 돈을 받은 것”이라며 변군수와 가족의 계좌로 돈이 흘러 들어갔는지를 추적 중이다. 결국 사건의 향방은 이 추적 결과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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