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돌이 양심방]촌지성 금품 자진신고 되돌려주기

  • 입력 2000년 5월 23일 19시 38분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것보다 양심이 두둑해지는 것이 더 좋지요.”

경찰이 지난달 21일 부정부패를 추방하기 위해 전국 경찰서에 설치한 ‘포돌이 양심방’이 많은 일선 경찰관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포돌이 양심방은 경찰관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시민에게 금품을 받았을 때 이를 신고하면 그 금품을 다시 시민에게 되돌려주는 역할을 하는 곳.

양심방 개설 이후 한달동안 신고된 금품은 모두 98건. 이 중 돈을 준 사람의 신원 파악이 안되는 8건을 제외한 90건의 ‘촌지’가 경찰서장의 정중한 감사편지와 함께 시민에게 되돌려졌다. 주인을 찾지 못한 8건의 금품은 유실물법에 따라 처리될 예정.

신고된 금품의 액수도 다양했다. 최소액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자신을 도와준 순찰차 경찰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살짝 전해준 1000원짜리 두장. 하지만 수사를 받던 한 저명인사가 경찰관에게 “친절히 안내해 줘 고맙다”며 50만원을 놓고 가는 경우처럼 ‘준 뇌물급’ 촌지도 더러 있었다.

전남 곡성경찰서의 한 순경은 관내 건설업자가 결혼 축의금으로 보내온 20만원을 통상적인 축의금 수준을 넘는 ‘뇌물’이라고 판단, 양심방에 신고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누가 봐도 뇌물이 아닌 ‘성의표시’까지 신고해오는 경찰관이 적지 않았다”며 “양심방을 통해 깨끗한 경찰의 이미지가 시민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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