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부부―90代장모 흉기 피살…원한범행 가능성

  • 입력 2000년 5월 19일 19시 48분


60, 70대 노부부 및 이들과 함께 사는 90대 장모 등 일가족 3명이 자신의 집에서 흉기에 수십 군데씩 찔려 살해된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8일 오후 9시10분경 서울 강북구 미아3동 단독주택 1층에 사는 김모씨(71·무직)와 부인(66), 김씨의 장모(92) 등 3명이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김씨의 딸(31)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안방에서 발견된 김씨 부부는 흉기로 가슴과 목 뒷부분 등 급소에 각각 35, 30곳씩 찔렸고 작은방에서 발견된 장모도 가슴과 목 등 16군데를 찔렸다. 범인은 부부의 시체를 이불로 덮은 뒤 옷가지를 쌓아올리고 불을 질렀으나 불이 번지지는 않았다.

김씨의 딸은 “18일 오전부터 아버지 집에 전화를 걸었으나 아무도 받지 않아 궁금해 저녁에 들렀는데 모두 숨져 있었다”며 “발견 당시 안방에 TV가 켜져 있었고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의사인 큰아들 등 2남1녀를 모두 결혼시킨 뒤 자신의 소유인 노원구 중계동 33평형 아파트를 전세주고 장모와 함께 미아동에서 살아왔다.

또 중소기업을 운영했던 김씨는 7년 전 퇴직금으로 받은 1억원을 투신사에 예금한 뒤 증권투자를 하며 생활을 꾸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씨의 예금통장이 집에 남아 있는 등 특별한 재산피해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데다 범행수법이 워낙 잔인해 원한 관계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주변 인물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단순강도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고 김씨의 재산 규모에 대한 수사를 함께 펼치고 있다.

<김명남기자>star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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