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자씨 검거]일산서 첫발견 8시간 심야 추격

  • 입력 2000년 5월 17일 2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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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밤부터 17일 새벽 사이 약 8시간동안 '큰손' 장영자씨를 붙잡기 위해 검찰과 경찰이 벌인 검거작전은 한편의 액션영화를 방불케 했다. 검거 당시 장씨는 도피생활에 지친 듯 다소 피로한 기색이었지만 시종일관 당당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검찰이 장씨를 사기극의 주범으로 규정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선 것은 지난달 25일. 그러나 검찰의 체포를 눈치챈 장씨가 이미 집을 나와 잠적해버린 뒤였다.

뒤늦게 장씨의 행방을 쫓기 시작한 검찰은 16일 주택은행 전지점장 서모씨가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장씨와 접촉할 것이란 제보를 접수, 이날 오후 수사관 5명을 급파했다. 2개의 차량으로 나눠 일산에 도착한 추적팀이 일산 뉴코아백화점 근방에서 서씨가 탄 크레도스승용차를 발견한 것은 오후 9시경. 그러나 문제의 승용차는 시속 160∼170㎞의 속도를 내며 질주, 일산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놓치고 말았다.

수사관들은 도주로로 추정되는 산본쪽으로 차를 돌려 2시간 가까이 주변 이면도로까지 샅샅이 뒤졌으나 차량을 찾지 못했다.

서씨의 차량이 포위망에 들어온 것은 이튿날인 17일 오전 1시경 일산 도시가스공사건물 앞. 이로부터 약 3시간 동안 숨막히는 추격전이 벌어졌고 서씨의 승용차는 오전 4시20분경 경기 안양시 산본인터체인지 도로 상에서 멈춰섰다. 서씨의 차가 멈춰서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듯 경기 42너 6284 은색 쏘나타Ⅲ승용차의 운전석 문이 열리면서 문틈으로 뒷좌석에 흰색 정장차림으로 앉아있는 장씨의 모습이 언뜻 드러났다.

"장영자다." 천신만고 끝에 장씨를 발견한 수사관들이 승용차로 달려들어 운전석 차문을 열어 젖혔지만 쏘나타운전사는 이를 뿌리치고 차 문이 열린 채로 다급히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시속 160∼170㎞의 속도를 넘나드는 한밤의 추격전이 전개됐다. 장씨의 차량은 의왕∼과천간 고속도로를 거쳐 판교에서 검문 경찰까지 유유히 따돌리고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했다.

그러나 결국 검경의 집요한 추적을 벗어나지 못한 장씨의 차량은 오전 5시5분경 경기 화성군 동탄면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39㎞지점에서 검경에 포위되고 말았다. 별다른 반항없이 체포에 응한 장씨는 압송도중에도 “억울하다. 나는 피해자일뿐이다”라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검찰 수사결과 장씨는 그동안 경기 안산시에 있는 한 무속인의 아파트에서 남편 이철희씨와 함께 숨어지낸 것으로 밝혀졌다.

<박윤철·김명남기자> 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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