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운전예절]안치환/늦으면 갓길운행 유혹…

  • 입력 2000년 5월 15일 18시 51분


정해진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으며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것이 가수인 나에게는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것보다 더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다.

도로사정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공사나 사고 등으로 길이 막히고 공연 일정에 쫓길 때면 매니저와 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갓길을 탈 것인가, 말 것인가. 딱지를 감수하고 달릴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러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조금 더 부지런해지기로 한 것이다. 여유 있는 출발과 운전 만이 도로 여행을 보다 편안하게 할 것이란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또 있다. 다름 아닌 폭주하는 휴대전화이다. 매니저는 운전하면서 전화를 받고 스케줄도 확인하곤 한다.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하다 보니 자연히 신경이 분산될 수 밖에 없고 그러면 옆에서 지켜보는 나까지 불안해진다. 이 때문에 나는 내가 편하기 위해서라도 아예 자리를 바꿔 운전하는 경우도 있다.

앞차나 옆차에서 담배꽁초와 휴지 등을 밖으로 버리는 일도 나를 짜증나게 만든다. 창문을 빼꼼히 열고 툭 떨어뜨리는 담배꽁초나 쓰레기들…. 그것은 양심을 버리는 것과 다름 없다. 차 안에 조그만 쓰레기통을 준비해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담는 게 무엇이 그리 어려울까.

도로 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자동차 간의 추월 신경전도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조금만 더 부지런하고 조금만 더 느긋하게 운전할 수는 없을까. 우선 나부터 잘못하는 것이 없는 지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안치환(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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