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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14일 2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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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으로 타계한 치과의사, 행상을 하며 어렵게 살아온 70대 할머니가 각각 수천만원의 장학금을 내놓았다.
지난달 18일 타계한 강원 홍천군 홍천읍 권원명(權源明·47) 치과원장의 부인 최경란(崔京蘭·41)씨는 병원을 정리해 마련한 5000만원 전액을 남편의 뜻에 따라 13일 홍천고교에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최씨는 “남편이 생전에 입버릇처럼 ‘돈을 벌면 제2의 고향인 홍천을 위해 장학사업을 하겠다’고 말해왔다”며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수첩에 같은 내용의 메모가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장학금을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고와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권씨는 82년 홍천에서 개업한 뒤 읍내 명동보육원을 지원하는 등 봉사활동에도 앞장서왔다.
권씨는 올 2월 중순 간암진단을 받은 지 2개월 만에 부인 최씨와 두 아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한편 강원 인제군 북면 월학리에 사는 김분옥(金粉玉·77·여)씨는 12일 이웃 주민에게 업힌 채로 인제군청을 방문, 그동안 막걸리 행상을 해 모은 2000만원을 연말까지 인제군 장학회에 기탁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하찮게 보일지 모르지만 내 평생 모은 재산이니 나처럼 못배운 사람이 다시 없도록 써달라”고 말했다.
충북 제천시가 고향인 김씨는 35년 전 인제에 정착해 내설악 장수대, 북면 월학리의 군부대 주변에서 군인과 주민들을 상대로 막걸리와 라면 등을 팔며 생활해왔다.
김씨의 이웃에 사는 최모씨(55·여)는 “할머니는 끼니를 걸러가며 돈을 모았다”며 “40여년 전 남편과 헤어지고 자식도 없는 상황에서 몸이 불편해지자 ‘늦기 전에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겠다’는 말을 해왔다”고 전했다.
김씨는 패혈증과 허리통증 등으로 지난달 6일 인제군 원통읍 중앙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홍천·인제〓경인수기자> sunghy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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