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로비 최만석씨는 누구]70년대부터 상도동계와 친분

  • 입력 2000년 5월 10일 23시 19분


경부고속철도 차량선정 로비의혹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받고 있는 최만석씨(59)는 70년대 초반부터 상도동 소속 정치인들과 밀접한 친분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정치학과를 중퇴한 최씨는 60년대 말 미국으로 이민가 부동산매매허가증을 받아 부동산업을 했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당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인사업을 하던 대학선배 서상록 전삼미그룹부회장의 사무실에서 더부살이를 하던 최씨는 부동산업보다는 당시 야당이던 상도동계 의원들과 교분을 쌓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였다.

국회의원이 꿈이었던 최씨는 상도동 소속 정치인들이 로스앤젤레스에 올 때마다 온갖 잡일을 도맡아 했고 80년대부터는 김영삼전대통령의 미국 내 계보인 민족문제연구소 로스앤젤레스소장을 맡았으며 총선 때는 귀국해 선거운동을 도왔다. 92년 대선 때도 귀국해 민주산악회에서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다.

최씨는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85년 12대 총선 때는 상도동으로부터 전국구 14번을 제의받기도 했으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이를 포기하기도 했다.

최씨가 프랑스 알스톰사의 로비스트로 채용된 것은 문민정부가 출범한 직후. 서씨는 “문민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돼 재미교포로 보이는 한 남자가 찾아와 ‘테제베(TGV)가 선정되도록 로비를 해주면 수백억원을 벌 수 있다. 현재 한 사람이 로비를 하고 있는데 시원치 않다’며 로비를 해줄 것을 요구한 적이 있다”며 “당시 그 남자한테 지금 일을 하고 있는 로비스트가 누구냐고 묻자 피터초이(최씨의 미국이름)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서씨는 “최씨가 상도동 소속 정치인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은 사실이나 실제 로비가 먹혀들어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씨에 따르면 당시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최씨가 “상도동 소속 의원들의 도움을 받을 일이 있어 전화연락을 하니 한명도 만나주지 않는다”며 크게 불만을 터뜨렸으며 비슷한 시기에 최형우전의원도 서씨에게 “최만석을 만나지 말라. 대통령이 상도동계 의원들에게 최석만의 얘기를 듣고 TGV와 관련한 로비를 하고 다닐 경우 가만두지 않겠다며 노발대발하셨다”고 말했다는 것.

98년 서씨의 자제 결혼식에서도 “돈을 좀 번 것 같은데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주라”는 서씨의 말에 최씨는 “어려울 때 나의 도움을 받고도 정작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만나주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내가 왜 돈을 주냐”며 자신을 밀어주지 않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분을 삭이지 않고 있었다.

한편 TGV가 선정된 뒤부터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인 부동산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씨는 한인사회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