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로비수사]최만석씨 해외계좌 조사

  • 입력 2000년 5월 10일 19시 05분


경부고속철도 차량 선정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부장 김대웅·金大雄검사장)는 10일 잠적한 로비스트 최만석씨(59)를 6개월여 전인 지난해 10월말경 한차례 검찰로 불러 조사한 뒤 귀가시킨 일이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조사를 받은 직후인 지난해 11월경 잠적해 검찰의 수배를 받아 왔다.

검찰은 당시 최씨를 상대로 프랑스 알스톰사로부터 받은 계약 성공 사례금 중 일부를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 자금으로 뿌렸는지 등 혐의 사실을 조사했지만 최씨는 이를 완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당시 최씨를 체포 또는 구속하지 않았던 것은 그가 자진 출두했고 로비 사실을 부인하는데다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따른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최씨가 알스톰사로부터 사례금 등의 명목으로 받은 1100만달러의 행방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계 은행 홍콩지점 등 최씨의 해외 계좌에 대한 자금 추적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를 위해 홍콩 수사 당국에 거듭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최씨가 이 1100만달러 외에 별도로 거액의 로비 자금을 받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여러 경로로 최씨 계좌의 입출금 내용을 추적하고 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받은 돈은 계약 성사에 따른 사례금일 뿐 실제 로비에 사용된 자금은 별도의 라인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최씨가 이 돈을 홍콩에서 미국 등에 개설된 계좌로 빼돌려 현지에서 가차명 계좌를 통해 돈세탁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홍콩 수사 기관과의 수사 협조에 많은 시간이 걸려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알스톰사 한국 지사장 C씨와 구속된 그의 부인 호기춘(扈基瑃·51·여)씨 등을 상대로 최씨가 알스톰사의 로비스트 역할을 맡게 된 구체적인 경위를 다시 조사했다.

검찰은 최씨가 93년초부터 94년 6월 알스톰사가 차량 공급업체로 최종 선정될 때까지 접촉이 잦았던 당시 정관계 고위 인사들의 명단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단에는 민주계 중진인 C, J 전의원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상길(朴相吉)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최씨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소환할 중요 인사가 있을 정도로 확인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씨에게서 386만여달러를 받은 호씨의 계좌에 대해서는 대부분 추적을 끝낸 상태지만 지금까지 개인 용도로 사용한 외에 로비 자금으로 외부에 전달됐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98년 본격 수사에 나서려 했으나 한국과 프랑스가 차량 납품 일시를 놓고 위약금 시비를 벌이는 상황이어서 시기적 여건 등을 고려해 포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기획관은 이에 대해 “97년 서울지검 외사부가 내사를 했다가 98년 인사 발령이 나면서 첩보 등 내사 자료를 대검에 보고해 대검이 내사해 왔다”며 “외교적 문제와 함께 핵심 관련자들이 자주 출국해 소환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수사 지연 이유를 설명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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