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어린이 최근 잇단 실종…3명 변사체 발견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9분


지난해말 집 근처 놀이터와 골목길 등에서 실종된 여자어린이들이 최근 잇따라 변시체로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2명은 옷이 벗겨진 채 발견돼 여자어린이를 범행대상으로 삼는 성폭행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한국복지재단 산하 어린이찾아주기센터와 경찰 등에 따르면 6일 전남 여수의 한 야산에서 초등학교 6학년 A양(12)이 하의가 벗겨진 채 변시체로 발견됐다. A양은 지난해 11월 22일 학교에 다녀오다 집 근처에서 실종돼 소식이 끊긴 상태였다.

지난달 30일에는 경북 구미시 외곽의 야산에서 초등학교 4학년 B양(10)이 변시체로 발견됐다. B양은 지난해 12월13일 집 앞 놀이터에서 놀다가 실종됐다.

또 지난달 12일 경기 성남시 분당 주변 야산에서 C양(7)이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C양은 지난해 12월23일 서울 마포구 집 근처에서 남동생과 함께 심부름을 다녀오다 골목에서 낯선 남자를 따라간 뒤 행방이 묘연했다.

이들 사건은 발생지가 전국에 흩어져 있어 경찰서별로 수사를 진행해 왔고 시체 발견과 함께 단순 변사사건으로 처리됐다. 이들 사건의 연관관계나 동일범 여부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

그러나 취재팀이 조사한 결과 3건 모두 가족에게 아무런 협박이나 요구가 없는 상태에서 실종된 지 3∼4개월 만에 변시체로 발견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여수와 분당에서 발견된 A양과 C양은 옷이 벗겨진 채 야산에 버려진 점으로 미뤄 동일범에 의한 성폭행 살인 사건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발견 당시 시체가 심하게 부패한 상태여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구미에서 발견된 B양도 사인을 밝혀내긴 힘든 상태지만 외상이 없어 교통사고를 당한 뒤 버려졌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금품을 노린 유괴사건이나 생활고를 비관한 자녀살해사건 등은 종종 있었지만 원한관계도 없고 돈을 노린 것도 아니면서 여자어린이를 납치해 살해한 흉악범죄는 거의 없었다”며 “외국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는 변태성욕자에 의한 범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뚜렷한 단서가 없어 수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중랑구에서도 4일 집 앞 놀이터에서 놀던 6세 여자어린이가 실종되는 등 최근 유아 실종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경희대 교육대학원 권준모(權峻模·심리학)교수는 “미국에서는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성폭행 및 살인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돼 성도착증의 일종인 ‘소아기호증’(Pedophilia) 환자를 특별관리하고 있으며 일부 주에서는 성폭행 범죄자의 경우 거세하는 제도까지 도입하는 등 강력히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여수·구미·성남〓정승호·정용균·남경현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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