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 주총결의 효력정지]'소액주주 소외' 관행에 쐐기

  • 입력 2000년 4월 11일 18시 38분


‘소액주주가 더 이상 소외자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바로 기업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대주주의 전횡(專橫)에 맞서 권리를 찾고자 하는 ‘소액주주들(개미군단)의 모임’ 홈페이지(www.antjuju.com)엔 이런 말이 올라 있다.

대우전자 소액주주가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11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은 ‘개미군단’을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무시하고 철저히 ‘소외’시켜온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경고로 볼 수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3월24일 대우전자 주주총회의 ‘불공정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소액주주들이 사전에 상정안건에 반대하는 견해를 밝혔고 개최 예정시간보다 훨씬 일찍 회의장에 도착해 입장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은 이를 지연시키고 동원한 주주들을 먼저 들여보냈다. 소액주주들이 입장하지 않은 점을 알면서도 의결 정족수가 됐다며 개회를 선언했고 반대의견을 밝히며 발언권을 요구하는 (소액)주주가 있는데도 찬반의사나 표결도 없이 일방적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재판부는 이같은 진행절차가 지극히 비정상적이며 회사측에 그럴 만한 불가피성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절차가 공정하지 않은 결의’는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

이 결정으로 출자전환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해 부채를 탕감하려 했던 대우전자의 워크아웃 계획은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소 몇 개월간은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한 변호사는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매어 못 쓴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데 너무 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말했다.

소액주주측을 대리한 참여연대 김주영(金柱永)변호사는 “소액주주들의 입장은 대우전자의 워크아웃을 깨려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이해 당사자인 ‘개미군단’도 참여해야 한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파행적인 주주총회 때문에 소액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현대건설 대우중공업 등 유사 사건의 송사(訟事)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