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파동]신고후 당국 검사결과 통보 안해 파주주민 분통

  • 입력 2000년 4월 5일 19시 54분


“6시간이면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해놓고 사흘이 지나도록 결과를 통보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는 이것저것 통제만 하니….”

방역당국의 ‘늑장 행정’이 주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수포성 가축질병 발생 신고를 받고 가축의 혈액을 채취해 간 뒤 제때 검사 결과를 통보해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경기 파주시 법원읍 동문1리. 구제역이 발생한 파평면 금파리 인근인 이 마을 주민들은 2일 오후 한 축산농가의 젖소 1마리가 수포성 질병 증세를 보여 신고했으나 3일이 지나도록 검사 결과를 통보받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다.

이장 황호주(黃鎬周·56)씨는 “방역당국은 처음에 가축혈액을 채취해 가면서 ‘6시간 뒤 감염 여부를 통보해 주겠다’고 하더니 이틀이 지난 4일 오전 다시 찾아와 ‘재검사를 해야 한다’며 다시 혈액을 채취해 갔을 뿐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27가구 100여명의 주민들은 사흘째 마을 밖 출입도 못한 채 결과만 기다리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립과학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정밀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주민들에게 통보를 해 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2일 질병 신고를 했던 인근 금곡리 주민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방역당국은 3일 아침이면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했으나 이날 오후가 되도록 연락을 해주지 않았다. 주민들이 기다리다 못해 이곳 저곳에 직접 확인해본 결과 이미 오전에 음성 판정이 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마을 통제를 풀지 않다가 하루가 지난 4일 오후에야 슬그머니 통제를 해제했다.

금곡2리 이장 유규식(劉圭植·51)씨는 “음성 판정이 났는데도 즉각 통제를 풀지 않은 것은 주민들의 처지를 생각지 않는 처사”라며 “언론에 보도된 것까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파주〓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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