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銀 '눈물의 비디오' 끝나지 않는 눈물…주인공 암투병

  • 입력 2000년 3월 29일 21시 59분


2년 전 ‘눈물의 비디오’로 많은 샐러리맨의 심금을 울렸던 주인공이 또다시 주위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외환위기의 여파로 은행권 등의 감원 한파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98년 3월. 제일은행이 행내 직원교육용으로 만든 ‘내일을 준비하며’ 비디오테이프는 당시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실직의 아픔을 생생하게 담아 많은 사람의 눈시울을 적시면서 일명 ‘눈물의 비디오’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이 비디오의 주인공인 이삼억차장이 최근 췌장암 진단을 받고 투병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제일은행 임직원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제일은행 직원들은 아직도 당시 이차장이 근무하던 서울 테헤란로 지점이 인근 지점에 통합되며 지점 간판을 내리던 날 일자리를 잃고 떠나가는 동료들을 부둥켜안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던 이차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차장의 투병 사실은 여신지원부 동료들이 지난 주말 행내 사이버 게시판에 사연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다 함께 아픈 세월을 보내고 이제 좀 한숨을 돌리려는데 이차장이 뜻밖의 암진단을 받아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습니다. 고통의 긴 터널 속에서 우리의 상징처럼 꿋꿋이 살아왔던 이차장도 우리와 함께 힘차게 일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후 제일은행 게시판에는 이차장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이차장은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직원들의 격려에 아내와 부둥켜안고 오래 울었다”며 “새로 태어나는 제일은행을 위해 더 분발해달라”고 당부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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