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직원 매춘조직 유착]탑승객명단 하루 1천명 넘기기도

  • 입력 2000년 3월 24일 01시 15분


‘매춘관광국’이라는 오명(汚名)의 이면에는 매월 일정액을 받고 매춘업자들에게 국내로 들어오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명단을 빼내 넘겨준 현직 항공사 직원이 숨어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들이 넘겨준 명단은 많을 때는 하루 1000명이 넘기도 해 만 6년 동안 200만명 이상의 일본인 관광객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대규모의 윤락 알선에 노출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에 적발된 대한항공 직원 김모씨(37)는 윤락조직의 포주들에게는 ‘관록의 마당발’로 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94년부터 안모씨(37) 등 7명의 일본인 관광객 전문윤락조직 포주들로부터 매월 100만∼400만원 상당의 ‘사례비’를 받고 회사 단말기를 통해 입국예정인 일본인 관광객들의 개인신상자료를 빼내 넘겨줬다.

경찰조사결과 김씨는 안씨를 통해 소개받은 수개의 다른 윤락조직에도 수십 차례에 걸쳐서 자료를 팔아넘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 지점에 근무중인 직원 조모씨도 월 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협력 여행사 등을 통해 입수한 명단을 안씨에게 정기적으로 넘겨 왔다는 것.

한편 안씨 등 포주들은 조직당 많게는 10명 이상의 윤락녀를 관리하고 있으며 화대는 대개 5만엔(약 50만원)으로 포주와 윤락녀가 절반씩 나누는 것으로 밝혀졌다.

항공사 직원들은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회사내의 외국여행객 예약전산시스템이나 협력관계의 유명여행사 등을 통해 몰래 자료를 빼내왔다. 이들은 빼낸 탑승객 자료를 출력한 뒤 주로 퀵서비스나 팩스를 이용해 포주들에게 수시로 제공해 오다 최근엔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PC통신이나 E메일을 많이 활용했다고 한다.

이 자료를 넘겨받은 포주들은 관광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서울시내의 M, S, L, C호텔 등에 전화를 걸거나 투숙객을 가장해 잠입, 관광객들과 접촉해 왔다.

여행객들의 신상기록은 물론 투숙호텔 체재일정 등이 빼곡하게 담긴 항공사의 탑승객 자료는 윤락조직에 ‘돈줄’이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윤락조직들은 이들 항공사 직원을 ‘포섭’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벌여 왔다는 것.

한 경찰관계자는 “탑승객 수와 제공 횟수에 따라 많게는 한 달에 수백만원의 ‘사례비’를 주겠다는 이들 조직의 유혹에 일부 항공사 직원들은 넘어가기 쉽다”고 말했다.

또 ‘담당자’의 지위를 악용, 오랜 기간 탑승객 명단 등 사내 정보가 유출됐음에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한 해당 항공사의 허술한 보안대책도 지적해야 할 부분이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