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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22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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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법원의 선거사범의 신속 엄정한 처리 방침은 통합 선거법이 개정된 95년 이후 4번째 되풀이된 방침으로 선거 때마다 나오는 연례 행사였다”며 ‘반신반의’하는 반응을 보였다.
올 2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270조에서 ‘선거사범은 다른 재판보다 신속히 처리돼야 하며 1-2-3 심의 판결 선고는 각각 공소제기 후 6개월, 전심판결 이후 3개월 이내에 반드시 내려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 이전에는 ‘반드시’란 어구가 빠져 있는 바람에 ‘훈시 규정’으로 치부돼 15대 선거에서 기소된 현역의원 18명에게는 단 한건도 지켜지지 않았다.
한 판사는 “270조는 ‘반드시’라는 어구 하나가 추가되면서 정치권의 방탄국회 개회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켜야 하는 ‘강제 규정’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서울지법 선거전담 재판부도 “이번엔 좀 다를 것”이라며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김대휘(金大彙) 선거전담 부장판사는 “선거법 위반 정치인이 기소되면 공소제기 후 6개월내 선고하기 위해 가능하면 1, 2주 간격으로 재판을 열겠다”고 말했다.
김부장판사는 또 이같은 재판부의 의지를 담아 “사실상의 ‘경고장’인 ‘안내장’을 피고인에게 보내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판사는 “현역 의원에게 재판 불성실 출석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튀는 행동’으로 여겨졌지만 이번 결정으로 영장발부만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사들은 신속재판보다는 ‘엄단’하는 것이 더 어려운 과제로 꼽고 있다.
독립되어 있는 각 재판부가 “재판부의 판단에는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는 “이번 대법원 회의에 고법부장 4명을 참여시킨 것은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고도 2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하로 형량을 낮춰 기사회생시키는 ‘배려’를 없애려는 의지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15대 선거사범 18명 가운데 7명은 법원의 배려에 따라 의원직을 유지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