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韓人 납치사건]중간점검/단서 못잡고 갈팡질팡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조선족의 한국인 납치사건 수사가 착수 보름이 다 돼가지만 아직 납치범의 윤곽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난관에 빠졌다. 경찰은 6일 경찰청 김문호(金文鎬)경정 등 4명을 중국현지에 급파해 중국공안당국과 공조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

▽납치범 수사〓경찰은 일단 지하 환전상과 전문범죄조직이 몸값을 노려 벌인 계획적 납치극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중국 조선족 폭력조직인 흑사파가 현지에서 유흥업소를 장악해 청부폭력과 마약밀매, 밀수 등에 관여하고 있는 사실에 중점을 둬 이 조직이 주도적으로 납치극을 벌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추정일 뿐 아직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납치범은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 상태다.

▽환전상 수사〓경찰은 5일까지 국내에서 몸값을 받아 중국에 전달한 최림화씨(30·여)와 강동일씨(36), 그리고 환전상 장낙일씨(32)를 구속했다. 경찰은 당초 이들이 조직적으로 납치범과 연계했을 것으로 봤지만 조사결과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하자 보강수사를 위해 외국환거래법위반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경찰은 신병확보에 급급한 나머지 검증되지도 않은 인질강도혐의까지 추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인질강도 혐의부분에 대해서는 기각당하기도 했다.

▽중국과의 공조〓경찰은 1일 수사경찰을 보내기로 했으나 중국의 협조미비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 그만큼 중국과의 협조가 쉽지 않음을 감안하면 수사관이 중국에 급파됐다 하더라도 원만한 수사공조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 경찰 관계자도 “중국 공안당국이 협조해주지 않을 경우 별 성과 없이 귀국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경찰은 조명철씨와 서모씨사건에 공통적으로 개입한 조선족 김모씨(37) 등 2명과 장씨가 이익금을 나눠 가졌다고 진술한 동업자 김모씨(25)가 납치범과의 ‘연결고리’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신병 확보가 향후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 경찰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수사는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자칫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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