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지지발언 교수 살해협박…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

  • 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12분


의약분업을 주제로 한 TV토론 프로그램에서 의료계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했던 서울대 보건대학원 양봉민(梁奉玟·48·서울 서초구 반포동) 교수가 협박전화를 받았다며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23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양교수가 17일 KBS의 ‘길종섭의 쟁점토론’ 프로그램에 출연, ‘의료수가 인상은 먼저 병원의 경영진단을 실시한 뒤 결정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뒤 그날밤부터 19일까지 ‘가만두지 않겠다’,‘죽여버리겠다’는 내용의 협박전화가 집으로 15통가량 걸려왔다는 신고를 해왔다”고 밝혔다. 양교수는 협박전화에 시달리다 못해 19일 부인 배모씨(45)를 통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한편 집 전화번호를 바꾸는 등 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배씨는 경찰에서 “목소리로 볼 때 3, 4명으로 추정되는 남자들이 밤마다 번갈아 가며 ‘죽이러 갈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는 등의 협박전화를 걸어와 밤잠을 제대로 못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양교수가 집 전화번호를 바꾼 뒤 더 이상 협박전화가 걸려오지 않음에 따라 발신자 추적 작업은 중단하고 양교수 집 주변을 24시간 순찰하는 한편 출퇴근시간에는 출퇴근로까지 신변보호에 나서는 순찰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양교수는 이날 TV토론에서 “사회의 지도층인 의사들이 국민과 합의한 의약분업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집단시위를 통해 의사를 관철하려는 것은 헌정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며 “의보수가 인상 이전에 의사들의 실제 수입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알 수 있도록 소득구조를 먼저 밝혀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었다.

그러나 양교수는 이날 “한 흉부외과 의사가 경영난으로 자살했다”는 김재정 의쟁투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그 사람이 노름하다 빚져서 죽었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응수했다가 많은 의사들의 비난을 받았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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