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보건의료 노조대회 몰래 녹음

  • 입력 2000년 2월 13일 00시 40분


경찰이 보건의료노조 정기 대의원대회 내용을 몰래 녹음하다 들킨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10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여성개발원에서 제3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었는데 서울 은평경찰서 정보과 김모경장(여)이 여성개발원 방송실 관계자를 통해 대의원대회 내용을 녹음했다는 것.방송실 관계자는 녹음 사실을 알게된 노조 관계자들의 항의에 “사복을 입은 여자 형사로부터 대의원대회 내용을 녹음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녹음중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3분 가량 녹음된 테이프를 빼앗았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과 노조측은 12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국가 권력이 합법적인 노조 행사 내용을 불법 도청한 사건”이라면서 “경찰의 사찰행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를 위해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이날 김모경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또 은평경찰서 정보과장 이모경정 등은 이날 서울 중구 회현동 노조 사무실을 찾아 “상부에서 녹음을 지시한 적이 없으며 해당 형사 개인이 잘못된 판단으로 녹음을 부탁한 것 같다”며 사과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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