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大 고교 등급화 파장]大入 최대변수 부상

  • 입력 2000년 1월 30일 19시 36분


현재 고교 1년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02학년도부터 주요 대학이 도입할 예정인 ‘고교별 등급화’는 고교간 치열한 학력 경쟁을 촉발하고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의 집단자퇴 문제를 해소하는 등 고교교육 현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주요대학들이 은밀히 ‘고교별 등급화’를 준비해 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과열된 대학입시 경쟁이 한국 교육문제의 ‘시작이자 끝’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고교별 등급화’의 강도와 진행 속도는 대학입시의 가장 민감한 변수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주요대학들은 ‘고교별 등급화’가 우수학생을 유치하고 대학의 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보고 있어 ‘고교별 등급화’ 방안의 확대는 시행시기와 강도의 문제만 남아있는 셈이다.

‘고교별 등급화’는 과거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또는 주요대학 입학생 수로 평가되던 고교의 평가를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마다 고교 재학시의 성적만이 아닌 대학에서의 학업 성취도 등을 주요한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고등학교들도 대학에서의 학업성취의 자질을 갖춘 학생을 길러내야 ‘좋은 고교’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고교별 등급화는 결국 선배 졸업생의 ‘업적’을 바탕으로 재학중인 학생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선배들의 성적이 나쁘면 해당 학생은 주식시장의 ‘저평가주’와 같이 억울하게 낮은 평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반면 99학년도부터 비교내신제(특수목적고 졸업자가 동일계로 진학할 때 수능성적을 기준으로 내신성적을 산출)가 폐지돼 매년 집단자퇴 사태가 벌어졌던 과학고 외국어고 등은 ‘특수(特需)’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고교 출신자들은 주요대학에 대거 합격했기 때문에 재학생들도 상대적인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고교별 등급화’가 지닌 몇가지 문제점은 결국 도입하는 대학이 해결해야 할 몫이다. 과거에 ‘고교별 등급화’를 시행하는 대학에 합격생을 내지 못해 대학이 평가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의 평가기준 등이 수험생과 학부모가 보기에 공정해야 할 것이다.

또 각 대학의 ‘고교별 등급화’에 대한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알려질 경우 미칠 수 있는 파장 등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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