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3부, 사법시험개혁 첨병역할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06분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가 말 많고 탈 많은 사법시험 관리시스템을 개혁하는 첨병(尖兵)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구욱서(具旭書·사시 18회)부장판사와 여남구(呂南九·사시 30회) 홍성준(洪聖焌·사시 33회)판사로 구성된 행정3부가 사시의 오류를 지적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기 때문.

사시 준비생인 장모씨(28)는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있는 많은 수험생들이 행정3부의 용기 있는 판결에 경의의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편의보다 응시생의 권리를 우선했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다는 게 사시준비생들의 설명.

이 재판부는 98년 12월 “사시 40회 1차 시험의 2문제가 잘못됐다. 신모씨(37) 등 2명의 불합격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억울한’ 사시 탈락자의 불합격 처분이 고시사상 처음으로 취소됐던 것.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자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9월 40회 1차 탈락자 527명을 추가 합격시키는 사상 초유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지난해 8월 “사시 2차 답안지와 채점 내용을 공개하라”는 판결과 14일 “41회 1차 시험에 2문제 오류가 있으니 불합격자 28명을 합격시켜라”는 판결도 이 재판부에서 내렸다.

구부장판사는 “내가 사시를 볼 때만 해도 권위 있는 출제교수들이 낸 문제에 대해 아무도 시비하지 않았는데 요즘 그 신뢰성이 퇴색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조속히 완벽한 검증 절차가 갖춰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두 배석판사도 “출제시스템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행자부의 의지에 기대를 해본다”며 “직권취소로 뒤늦게 불합격자를 구제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시빗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법적 안정성과 정부의 신뢰를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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