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코오롱상사 이익분배 성과급제 결산

  • 입력 2000년 1월 5일 20시 00분


코오롱상사의 스포츠브랜드 ‘헤드’팀 직원 27명은 작년 한해 동안 새벽 2∼3시까지 일하기를 밥먹듯 했다. 회사측이 지난해 1년간 전사원을 대상으로 목표초과 이익의 15% 이상을 해당 부서에 나눠주는 이익 분배 성과급제도를 실시했기 때문.

헤드팀은 지난해 상반기 목표이익의 152%를 달성해 2억5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아 나눠가졌다. 헤드팀의 이종철팀장은 “지난해 하반기에는 목표이익이 60% 가량 상향조정됐으나 목표의 120∼130%는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최근 벤처기업으로의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코오롱상사처럼 이익의 일부를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이익분배제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초과이익을 나눠 갖는 선진국형 이익분배제를 실시하겠다고 지난해말 발표한 데 이어 LG 구본무회장도 올해 시무식에서 혁신적인 성과보상체계 마련을 약속했다.

이들 그룹에 앞서 전면적인 이익분배제를 실시한 코오롱상사는 임직원의 근무의욕 고취 등 기업문화가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코오롱상사 기획팀 홍춘극과장은 “팀원들이 성과급을 나눠 갖기 때문에 팀장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팀을 운영해 자연스러운 인력구조조정 효과를 가져왔다”며 “격주로 쉬는 토요일에 자발적으로 출근해 일하는 인원이 실시 전보다 4배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병이 나서 출근하지 못하는 직원이 있으면 다른 팀원들이 적극적으로 일을 대신해 주는 풍토가 자리잡았다. 출장비 등 각종 경비를 가능한 한 아끼는 습관도 몸에 뱄다.

하지만 일부 부작용도 나타났다. 정해진 기간 중 실적을 올리기 위해 수출선적 일자를 조작하는 등의 사례가 발견된 것. 해당 직원은 고의가 아닌 실수라고 변명했지만 결국 징계조치가 내려졌다.

부서간 경쟁심이 강해져 협조가 잘 안되고 단기적 이익을 올리는 데 치우쳐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 것도 문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부서간 역할을 조정해 주는 조직을 신설하고 무조건 집행해야 하는 광고비를 책정해 주는 등의 대책이 마련됐다.

목표달성이 어렵게 되자 아예 포기하고 재고처분 등 부실 요소를 떨어내는 데만 집중한 팀도 있었다. 이 경우 다음 반기 목표를 설정할 때 부실을 처분한 만큼 목표를 높여 잡도록 했다.

초과이익을 나눠주는 이익분배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한 목표이익의 설정. 코오롱상사의 경우 사장 이하 전체 임원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목표의 타당성 여부를 철저히 심사하고 있다.

팀장급은 목표치를 지나치게 낮춰 설정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눈앞의 현금이냐, 미래의 승진이냐’라는 갈등에 빠지곤 한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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