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김강자 종암서장, 윤락과의 전쟁 선포

  • 입력 2000년 1월 5일 00시 28분


서울의 대표적인 윤락가의 하나인 성북구 하월곡동 속칭 ‘미아리텍사스’가 여성 경찰서장의 부임으로 비상이 걸렸다.

5일자로 서울 종암경찰서장으로 발령받은 김강자(金康子·55)총경은 4일 “취임하면 가장 먼저 텍사스촌의 윤락행위를 근절시키겠다”며 ‘윤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서장은 “미아리 텍사스와 광진구 화양동 등에서 이루어지는 미성년자 윤락영업을 정리하고 청소년과 윤락녀들을 선도하는 것이 평소의 바람이었다”면서 “우선 현장을 돌아보고 실태를 파악한 뒤 본격적인 윤락 근절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98년부터 전임지인 충북 옥천경찰서장으로 근무하면서 ‘티켓다방’을 뿌리뽑은 ‘전력’이 있는 김서장이기에 이같은 선언이 윤락업소 업자들에게는 ‘의례적인’ 말로 들리지 않고 있는 분위기이다.

200여개나 되는 미아리텍사스 윤락업소의 업자들은 벌써부터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한 업자는 “최근 몇달간 단속이 심해 미성년자 고용은 꿈도 못꾼다”면서 “아가씨들에게 주민등록등본까지 떼어 오라고 해 일일이 나이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일부 업자들 사이에는 “미아리텍사스가 천호동 윤락가처럼 된서리를 맞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온갖 단속에도 불구하고 30년 넘게 버텨온 윤락가가 여성 서장의 단속의지만으로 하루 아침에 사라지겠느냐”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아 앞으로 미아리텍사스를 상대로 한 김서장의 ‘한판 승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윤철기자> 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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