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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29일 1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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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각론적인 접근에서는 현재 김대통령이 처한 곤궁한 정치적 입장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그동안 후퇴할 수 없는 ‘원칙론’으로 대처해오던 ‘정치사건’의 처리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한편 사실상의 대사면조치를 취할 뜻을 밝히는 등 ‘처방’을 제시한 데서 이같은 측면은 강하게 감지된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집권 이후 외환위기극복과 남북관계안정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서도 지역갈등과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 빚어진 계층간 대립 등이 국민화합과 국가발전에 큰 장애가 되고 있음을 누차 강조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김대통령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여야간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남은 임기 3년동안 ‘세계일류국가’라는 국정운영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새 천년의 미래도 어둡다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역점을 두었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정치분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9일 송년특별담화를 통해 여야간 문제가 된 ‘정치사건’에 대한 관용의사를 밝힌 것은 일단 화해를 강조하고자 하는 ‘선언적’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현재 여야간 문제가 되고 있는 ‘세풍(稅風)사건’이나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 대한 고소고발사건 등은 검찰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당장 가시적인 관용조치를 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이날 이들 사안에 대해‘원칙있는 처리를 통한 관용’을 언급한 것도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세풍사건과 고소고발사건 등 현안에 대해 법적인 절차는 거치되 대통령의 사면권 등을 통해 관용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풍사건의 경우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과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동생 회성(會晟)씨의 재판이 진행 중이고 미국에 도피중인 이석희(李碩熙)전국세청차장에 대한 강제소환절차를 밟고 있어 정치권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는 상태다.
정의원에 대한 언론문건 및 빨치산 발언 관련 고소고발사건에 대해서도 여권은 “정의원이 검찰에 나가 조사받아야 한다”며 ‘선 조사, 후 선처’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정의원은 검찰조사에 절대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 사안 외에 10여건에 이르는 고소고발사건은 앞으로 여야 사무총장 회담 등을 통해 취하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상으로는 언론문건 고소고발사건과 천용택(千容宅)전국가정보원장의 도감청 및 미행관련 고발사건, 이회창총재와 소속의원 및 당직자 등의 선거법 관련 고발사건 등이 거론된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사회분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송년 은전조치에 따라 우리나라는 새세기를 맞기 전에 ‘비전향 장기수의 나라’라는 오명을 벗게 됐다.
이번에 형집행정지로 풀려나는 신광수(辛光洙·70) 손성모(孫聖模·69)씨는 이 땅의 마지막 비전향 장기수였다.
비전향 장기수문제는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지속적인 비판대상이 돼 왔으며 민가협 등은 끝까지 새정부 사면대상에서 번번이 제외된 두 사람의 석방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이번 석방에 노동사범 3명과 한총련 관련자 4명이 포함된 것은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와 운동권을 끌어안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가석방은 사면을 제외한 단일 가석방으로는 건국이래 최대 규모. 새정부 가석방은 지난해 3월 253명, 8월 2004명, 올 2월 1437명, 8월 1686명 수준이었다.
이번 가석방 대상자는 종류별로는 교도소 가석방이 3242명, 보호감호소 가출소 58명, 소년원 가퇴원 192명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12명과 형기 10년 이상을 선고받은 장기수 197명도 포함됐다.
보호관찰 대상자 4만8000여명중 6145명에 대한 가해제(假解除)조치는 89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특별은전조치에 앞으로의 자수자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법무부는 생계사범이 자수할 경우 선처하겠다는 내용을 그동안 누누이 강조해 왔으나 실제로 방침이 실행되는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구체적으로 3개월이라는 시간까지 정해 선처를 약속한 만큼 자수자에게는 가시적인 혜택이 돌아가리라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는 대상범죄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라도 수배자가 이 기간에 자수하면 정상에 따라 선처하기로 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경제분야▼
‘신용불량자 사면’은 IMF체제 이후 금융기관 대출금을 연체해 신용불량자가 된 개인이나 기업이 연체금을 갚으면 주의거래처 또는 황색 적색거래처 등 신용불량기록을 삭제해주는 것.
▽주의거래처〓은행연합회가 29일 확정한 ‘신용불량자 사면 방안’에 따르면 97년 11월1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 1000만원 이하의 대출금을 6개월 이상 연체했거나 100만원이하의 신용카드 대금을 3개월이상 연체해 주의거래처로 등록됐다가 연체금을 모두 갚은 사람이 대상이 된다.
현행 규정으로는 1500만원 미만의 금융기관 대출금을 6개월 이상 연체해 주의거래처로 등록될 경우 연체금을 갚아도 1년 동안은 은행대출이나 신용카드 사용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연체대출금이 1000만원 이상이었거나 연체기간이 97년 11월 이전인 사람들은 제외된다. 은행연합회는 250여만명의 신용불량자 중 32여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한다.
▽황색 적색거래처〓황색 또는 적색거래처로 등록됐다가 연체금을 갚은 개인이나 기업이 대상이며 기간은 금융기관별로 판정한다. 금융기관별로 심의위원회에서 ‘실직 또는 일시적인 자금사정 악화’ 등의 이유로 대출금을 연체했던 개인이나 기업을 선별해 관련 기록을 삭제해준다.
현재는 1500만원 이상의 대출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해 황색거래처로 등록되거나 6개월 이상 연체해 적색거래처로 등록되면 연체금을 모두 갚아도 2∼3년동안 관련 기록이 전산망에 남게 된다.
은행연합회는 다음달 중 신용정보협의회를 개최해 신용카드 보험 증권 새마을금고 신용금고 등 제2금융권도 참여토록 할 계획이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