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柱宣씨 옷사건 조작]권력핵심의 은폐 축소 확인

  • 입력 1999년 12월 10일 07시 16분


사직동팀 보고서 유출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는 옷 로비 의혹 사건이 권력핵심의 ‘은폐 축소 및 허위보고’ 사건으로 변화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검찰은 사직동팀 내사 실무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옷 로비 사건에 대한 보고서가 3종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초보고서는 배정숙(裵貞淑)씨측이 11월22일 공개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문제의 호피무늬 반코트를 외상으로 구입했다가 1월8일 반납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연씨가 1월7일 경기 포천 기도원에 갈 때 반코트를 실제 입어봤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같은 내용은 특별검사의 수사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따라서 사건의 진실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직동팀은 이를 토대로 내사결과 최종보고서를 작성했으며 검찰은 내사 실무자들로부터 이 보고서를 확보했다. 이 보고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초보고서의 내용과 거의 같다고 검찰 관계자는 밝혔다.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것이 신동아그룹 박시언(朴時彦)전부회장이 공개한 이른바 ‘사직동팀 최종보고서’.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은 공개 직후 이 보고서가 2월7,8일경 만들어져 2월10일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대통령에게 보고된 이 ‘최종보고서’의 내용이다. 최종보고서는 연씨가 밍크코트를 구입한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의상실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가 연씨 모르게 포장해 넣어줬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검찰총장 부인이 밍크코트를 구입하거나 옷값 대납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단정한 뒤 ‘이형자(李馨子)씨의 자작극’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같은 내용은 내사팀이 작성한 최초보고서 및 내사 최종보고서와는 내용이 판이한 것이다. 사직동팀 실무자들은 이 최종보고서를 박전비서관이 나름대로 수정해 ‘사직동팀 최종보고서’를 만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검찰 수사팀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박 전비서관은 실무자들의 내사결과를 축소 왜곡해 대통령에게 허위보고한 혐의를 피할 수 없다.

이같은 수사결과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실체가 처음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통령에 대한 허위보고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실체가 드러난 적은 아직 없다. 9일 오후 수사내용을 전해들은 검찰 간부들은 “할말이 없다”며 한숨을 내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본체가 다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초보고서 유출경위가 아직 안 밝혀지긴 했지만 검찰은 ‘은폐축소’에 비하면 이는 사건의 곁가지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박 전비서관에 대한 소환조사로 이 부분도 밝혀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검찰은 박전비서관을 소환해 사실관계 확인을 거친 뒤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박전비서관이 혐의내용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약간의 진통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검찰은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사건의 진정한 마무리는 ‘권력의 몫’이라고 말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에게 진실이 똑바로 전달되는지 권력 주변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수형·정위용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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