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강남사옥'에 "현대는 없을 걸"…계열 입주 백지화

  • 입력 1999년 11월 30일 19시 09분


‘현대 사옥에 현대는 없다.’

2001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내부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의 ‘현대 강남사옥’에 현대그룹 계열사가 단 한 곳도 입주하지 않을 전망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3빌딩보다 넓은 최첨단빌딩

95년 착공된 현대 강남사옥은 지하 8층, 지상 45층 규모로 연면적이 63빌딩보다 넓은 6만3000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로 현대산업개발 소유.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화상회의시스템 음성전자교환시스템 등 첨단 설비를 갖춰놓은 인텔리전트빌딩이어서 업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몽구씨 산업개발회장때 착공

이 빌딩은 계동 현대사옥이 공간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던 95년 당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던 정몽구(鄭夢九)현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그룹의 강남 본거지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려 착공된 것.

당시 재계에선 현대그룹이 ‘정회장 몫’으로 분류되던 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현대정공 인천제철 현대강관 현대자동차써비스 등 계열사를 한 곳에 입주시키면서 후계자구도를 정리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이 정세영(鄭世永)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에게 넘어가고 정회장이 현대자동차 지분을 넘겨받으면서 이 빌딩의 운명은 바뀌게 됐다.

정회장쪽 계열사들이 “굳이 비싼 임차료를 내가며 현대 식구도 아닌 현대산업개발 소유 빌딩에 들어갈 필요가 있겠느냐”며 빌딩 입주계획을 전면 백지화한 것.

현대산업개발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 사옥부지에 최고급아파트단지를 짓기로 하고 사옥을 ‘현대 강남사옥’ 맞은편에 있는 현대중공업 빌딩으로 12월중 이전키로 결정해 이 빌딩에는 ‘현대’라는 이름이 붙은 회사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명칭변경-입주자찾기 비상

이에 따라 현대산업개발측은 공모를 통해 빌딩이름을 ‘I―타워’로 바꾸고 30∼45층을 호텔로 꾸미며 나머지는 국내외 금융기관 등을 입주시켜 국제금융센터로 만든다는 계획을 내놓게 된 것.

하지만 건물의 ‘덩치’가 워낙 큰데다 임차료도 국내 최고수준인 평당 700만∼800만원선에 달할 것으로 보여 입주자를 구하기엔 시간이 걸릴 전망.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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