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씨 고문 수사]박처원씨 집 7억 출처 추적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9시 14분


‘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전 경감의 도피와 고문을 지시하고 도피자금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처원(朴處源·72)전 치안감이 88년 퇴직한 직후 치안본부 고위간부로부터 10억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이 돈중 7억원이 입금된 박씨의 통장을 압수한 박씨의 금고에서 찾아냈다.

서울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문효남·文孝男)는 16일 박씨로부터 이같은 진술을 받아내고 이 돈을 준 경찰 간부의 실체와 돈의 정확한 출처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검찰방문조사에서 “퇴직무렵 치안본부의 한 차장간부가 ‘카지노업자가 보내왔다’며 10억원을 주기에 받았으며 이중 생활비 등으로 3억원을 사용하고 7억원을 보관해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박씨는 돈을 준 차장의 이름과 돈을 받은 정확한 시점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며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 87년 5월29일 구속됐고 같은 해 6월2일 직위해제됐으며 88년 정식으로 퇴직처리됐다.

그러나 박씨는 도피자금제공과 관련해 “이씨에게 1500만원은 커녕 단 한푼의 도피자금도 준 적이 없으며 3억원은 생활비와 개인연구소 운영비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양운(林梁云)서울지검 3차장검사는 “박씨가 받았다는 돈의 출처가카지노업자인지당시경찰 등 대공분야 기관인지를 확인중”이라며 “박씨가 치안본부의 대공수사용 공금을 횡령했을 가능성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박씨의 아들(42)을 불러 돈의 출처와 사용처 등을 집중 추궁하는 한편 박씨와 박씨 가족의 예금통장 일체에 대한 계좌추적에 나섰다.

한편 88년말 당시 치안본부 지휘라인에 있던 조종석전치안본부장 등은 이날 오전 아파트 관리인에게 “한동안 돌아오지 못할 것 같으니 집을 좀 잘 봐달라”고 말한 뒤 집을 비우는 등 귀가하지 않고 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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