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 고문수법]관절뽑기…전기찜질 악명

  • 입력 1999년 10월 29일 03시 12분


‘고문기술자’ 이근안은 전기고문과 ‘관절뽑기’에 남다른 기술을 ‘발휘’하며 고문기구를 가방에담아‘출장고문’까지 다녔다.

이 때문에 그에게 고문을 당했던 수많은 피해자들은 그의 ‘괴력’을 떠올리며 아직도 몸서리치고 있다.

◇남달리 악랄한 기술

80년대 후반 반제동맹 사건으로 이씨로부터 고문당한 적이 있는 이모씨(36) 등은 “엄청나게 큰 손으로 팔을 확 잡아당겨 관절을 뽑았다가 다시 쭉 밀어 집어넣었다”며 몸서리쳤다.

85년 9월 그에게 고문을 받았던 김근태의원은 그 뒤 법정에서 이씨의 잔혹한 고문수법을 이렇게 낱낱이 폭로했다.

“온몸을 발가벗기고 눈을 가렸습니다. 그 다음에 고문대에 눕혀 발목과 무릎, 허벅지와 배, 가슴을 완전히 동여매고 그 밑에 담요를 깝니다. 머리와 가슴, 사타구니에는 전기고문이 잘 되게 하기 위해 물을 뿌리고 발에는 전원을 연결시켰습니다. 처음엔 약하고 짧게, 점차 강하고 길게 강약을 번갈아 하면서 전기고문이 진행되는 동안 죽음의 그림자가 코앞에 다가와….”

◇신체구조 휜히 꿰뚫어

85년 12월 불법연행된 뒤 72일 동안 불법 구금돼 이씨 등에게 고문을 당했던 납북어부 김성학씨는 89년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고문 당시를 이렇게 전했다.

“내가 전기쟁이니까 잘 아는데 다른 형사가 전기고문을 하는 수법과 이씨가 다루는 전기고문 수법을 비교해 보면 이씨의 수법이 훨씬 기술적이었다. 그는 고문에 반응하는 신체구조를 훤히 꿰뚫어보고 신체 반응에 맞춰 아주 적절하게 고문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 같았다.”

김씨는 또 “이씨의 고문수법이 아주 능숙해 며칠이고 계속 굶기다가 이틀 정도는 아주 잘 먹이고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 고기도 사주는 등 포식시켜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똑같은 방식으로 고문했다”고 말했다.

◇발뒤꿈치등 피범벅

이런 고문을 한차례 받고 나면 닷새 이상 한걸음도 떼놓을 수 없을 정도가 되고 발뒤꿈치와 허리에 물집이 생긴 뒤 짓터져 피로 범벅이 되곤 했으며 나중에는 발등과 엄지 발가락 사이가 시커멓게 멍이 들고 소변에서 검붉은 피가 섞여 나오기도 했다고 김씨는 증언했다.

이씨로부터 고문을 당했던 많은 피해자들은 아직도 문득문득 당시의 악몽이 되살아나 몸서리치고 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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