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 도피생활]자기집 골방등서 11년간 숨어 지내

  • 입력 1999년 10월 29일 02시 51분


고문경관 이근안(李根安)씨가 88년 12월 잠적한 이후 그의 행방을 놓고 다양한 설이 제기돼 왔다. △국내 잠적설 △해외 도피설 △사망설 등이 대표적인 것들.

공안기관 관계자들은 이씨가 잠시 국내에 은둔했다가 해외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왔다.

국내에서 10년 이상 도피생활을 계속하려면 적지 않은 돈과 제삼자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다 꼬리가 잡힐 수 있으므로 외국행을 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던 것.

특히 도피생활중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뒤를 이어 문민정부가 출범함으로써 더 이상 과거 군부독재정권 시절처럼 자신을 은연중에 보호해 줄 세력이 없어졌다는 상황론도 그의 해외도피설을 뒷받침했다.

해외도피처와 관련해서는 이씨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외형적으로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일본으로 건너갔을 것이라는 설이 그럴듯하게 나돌았었다.

그러나 11년만에 자수한 이씨는 28일 검찰에 자수한 직후 그동안 해외에 도피하지 않고 국내에만 머물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집에 있는 골방에서 숨어 지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은신처와 관련해 검찰 주변에서는 이씨가 친분이 있는 경기 성남시 소재 모회사 사장 집에서 숨어 지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어 정확한 은신처는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이씨가 11년 동안 국내에서 숨어 지냈다면 자신이 외국으로 도망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을 역으로 이용한 셈이 된다.

검찰과 경찰이 자신을 검거하기 위한 수사활동을 완전히 중단하지 않고 언론의 추적도 집요한 상태에서 자신의 집에서 지냈다는 건 말 그대로 전혀 예상밖의 행동이다.

이씨가 도피생활을 하는 동안 일부 공안기관 관계자들은 성금을 모아 이씨 가족에게 전달하는 등 ‘끈끈한 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이씨의 장기간 도피에 제삼자의 도움이 있었을 가능성이 큰 만큼 도피를 도와준 사람들을 밝혀내는 것도 검찰 수사의 과제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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