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환경부-일부 검찰지청, 평일 "배짱"체육대회

  • 입력 1999년 10월 22일 19시 15분


국정감사가 끝나 모처럼 일손을 놓은 중앙부처 공무원들과 일선 검사들이 체육대회를 한다며 평일인 금요일에 대거 자리를 비워 물의를 빚고 있다.

공무원들도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1년에 두차례 체육행사를 갖도록 돼 있긴 하지만 해마다 반복해서 쏟아지는 민원인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서의 ‘평일 체육대회’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 특히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체육대회를 치르지 못했던 부처들은 올해는 이를 만회라도 하려는듯 평일에 한꺼번에 자리를 비워 눈총을 받고 있다.

서울지검 서부지청은 22일 당직검사 1명만을 남긴 채 각부서별 체육대회를 한다며 검사 22명 전원이 북한산 등으로 산행을 나섰다. 또 민원실 사건과 등 대민업무 부서도 1,2명의 인원만 남긴 채 모두 자리를 비워 민원인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후 체육대회 개최 사실을 모른채 직원 2명만 남아 있는 민원실을 찾은 김모씨(30)는 “사무실이 텅 비어 깜짝 놀랐다”며 “평소보다 기다리는 시간도 훨씬 더 걸렸고 민원인 질문에 답변하는 공무원도 1명밖에 없어 불편했다”고 말했다.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는 노동부와 환경부 직원들이 과별로 1,2명만 남긴 채 실국별로 관악산 용문산 등지로 체육행사를 떠났으며 노동부 산하 46개 지방 노동관서의 상당수도 이날 행사를 가졌다.

이로 인해 민원인이 상대적으로 많은 고용안정센터 등에서는 민원처리가 지체돼 불평을 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예전에 평일 체육대회를 치렀다가 민원인들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는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부 해양부는 평일을 피해 주말인 23일 또는 30일 체육대회를 가질 예정이며 교육부 문화관광부 등은 민원인 불편 감소를 위해 실국별로 다른 날짜에 체육행사를 갖는다.

특히 건설교통부는 장관이 “평일 체육대회는 절대로 안된다”고 고집해 아예 16일 토요일 오후에 행사를 갖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부지청의 한 관계자는 “금요일날 행사를 한 것은 관례”라면서 “당직검사 등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업무처리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문화관광부측은 이에 대해 “업무에 공백이 없도록 조치한 상태에서 체육대회를 하라고 권한 것이지 무작정 하루를 쉬라고 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성희·이완배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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