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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8월 24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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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 등은 전날 정씨를 고위층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옷 로비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주역중 한명’으로 지목했다.
정씨는 23일 진단서를 첨부, 증언일을 당초보다 하루뒤인 25일로 늦춰 달라고 목요상(睦堯相)법사위원장에게 요청, 받아들여졌으나 출국금지조치가 내려졌다.
정씨의 남편 정환상(鄭煥常)라스포사 회장은 이날 “아내의 지병인 고혈압과 협심증이 악화돼 절대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으로 24일 증인신문에 불참했다”면서도 “25일에는 반드시 출두해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가 24일에는 안되고 하루 뒤에는 증언할 수 있다고 청원서를 낸 것은 ‘계산된 행동’일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
검사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씨가 누군가의 코치를 받아 지병을 이유로 시간을 끌며 증인 출석을 늦췄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延貞姬)씨 등의 증언을 듣고난 뒤 ‘말을 맞추려는’ 치밀한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정씨가 약속대로 25일 출석할 경우 그의 증언 순서는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 바로 다음으로 잡혀 있다.
‘증언 하루연기’로 인해 정씨는 배정숙(裵貞淑)씨 연씨 이씨 등 주요관련자의 진술을 모두 듣고난 뒤 증언대에 서게 되는 셈.
정씨는 고위층과의 친분 때문에 야당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원들은 “정씨가 사직동에서 조사받을 때 ‘이대로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수사관들을 아연케 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정씨의 증언 연기신청은 정씨가 야당의원들에게 말려 들어 ‘해서는 안될 말’을 쏟아내는 사태를 최대한 막고 곤란한 질문이 계속 이어질 경우 나쁜 건강상태를 핑계로 더 이상 증언을 할 수 없다고 발뺌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정씨의 건강상태정씨가 제출한 출석연기 청원서에는 신경성 당뇨 등의 병명이 적힌 진단서와 입원사실 확인서가 첨부돼 있다.
그러나 정씨의 진료를 맡은 이경섭(李京燮)강남경희한방병원장은 “환자의 요청으로 ‘환자가 워낙 혈압이 높은데다 흥분을 잘 하기 때문에 절대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끊어줬지만 오늘은 청문회 출석이 불가능하고 내일은 가능하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정씨가 입원해 있는 이 병원 705호 병실로 전화를 걸자 자신을 간병인이라고 밝힌 중년여성이 “정씨가 잠들어 있기 때문에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병실 안에서는 국회청문회를 방영하는 TV소리가 들렸고 인기척이 있었지만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병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최영훈·권재현기자〉c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