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의사 IMF틈타 활개…두달간 803명 적발

  • 입력 1999년 8월 12일 18시 23분


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점차 사라져 가던 ‘돌팔이’ 의사들이 최근 들어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

IMF경제난 여파로 정식 의료기관을 찾기 어려워진 서민들이 ‘싼 맛’에 돌팔이 의사들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지만 지난 두달간 경찰에 적발된 돌팔이 의사는 무려 803명. 이들로부터 치료를 받은 ‘피해자’만도 4만여명에 이른다.

돌팔이 의사의 대표적인 유형은 떠돌이형 치과 돌팔이들로 주로 주택가를 돌며 풍치 등을 치료하거나 틀니를 제작해 판매하기도 한다.

지난달 경찰에 구속된 박모씨(49)가 91년부터 지난달까지 8년간 틀니 등 치아치료를 해 준 사람은 1000여명. 챙긴 치료비만도 3억원이 넘는다.

가짜 침구사도 많다. 미국 유명대학에서 침구학 박사학위를 받은 것처럼 행세해 온 무면허 돌팔이 정모씨(61·구속)는 아예 침술원을 차려놓고 영업을 해 왔다. 91년 이후 정씨의 침술원을 찾은 사람은 무려 1900여명으로 정씨가 챙긴 돈만도 2억4000만원이다.

특히 최근에는 주름살 제거수술을 해주는 성형 돌팔이와 기공(氣功) 등을 이용해 디스크를 완치해준다는 가짜 치료사들도 성행하고 있다.

돌팔이 의사들은 대개 한약방이나 병원 주변에서 의료보조 행위를 하다 의사나 한의사에게서 어깨 너머로 간단한 치료기술 등을 익힌 사람들.

이들이 돌팔이 의사라는 점을 잘 알면서도 서민들이 찾는 이유는 이들의 치료비가 일반병원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기 때문.

돌팔이 의사와 함께 멋대로 만든 약품이나 건강식품을 암치료제 등으로 속여 파는 사기판매도 최근 늘고 있다.

강모씨(72)는 올 2월부터 최근까지 호박 옥수수대 등을 소화제와 섞어 만든 약을 간암이나 위암을 완치하는 약이라고 속여 김모씨(56·여) 등 4명에게 4000여만원을 받고 팔아오다 경찰에 구속됐다.

또 이모씨(47)는 지난해 12월부터 호주에서 수입한 건강식품 홍화씨를 관절염 치료제인 것처럼 속여 팔아 지난달까지 1억8000여만원을 챙기다 역시 경찰에 구속됐다.

지난 두달간 돌팔이 의사와는 별개로 이처럼 불법의약품을 제조하거나 허위 과장광고 해오다 경찰에 입건된 사람만도 603명에 이른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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