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스프 "8월6일 전사원이 블루진 입는날"

  • 입력 1999년 8월 5일 18시 23분


매년 8월6일 서울 남대문 근처 대한상공회의소 빌딩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한국바스프의 직원 1000여명이 모두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기 때문.이 날은 바스프가 해마다 실시하는 ‘블루진의 날(Blue Jean Day)’이다. 전세계 40여개국에서 10만명이 넘는 바스프 직원들이 이날은 ‘의무적으로’ 청바지를 입고 근무한다.

세계적인 화학회사로 알려져 있는 바스프에 이런 기념일이 있다는 사실을 접하면 대부분 “청바지 회사도 아닌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그러나 이 기념일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청바지의 고유한 푸른색을 만드는 ‘인디고’라는 염료를 102년전 이날 바스프가 개발해낸 것. 한국바스프 박형순부장은 “바스프는 현재 전세계 인디고 생산량의 60%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연간 8억벌의 청바지에 바스프의 인디고가 사용된다”고 말했다. 인디고의 역사가 곧 청바지의 역사이기 때문에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청바지를 입는다는 것.

97년 한국지사에서 처음 ‘청바지의 날’을 실시했을 때는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식 기업문화에 젖어있던 고위 임원들은 청바지 차림의 출근이 어색해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다 회장을 비롯한 동료 임원들이 모두 같은 차림인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영업직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고객사 직원을 언제 만날지 몰라 양복을 입고 출근했다가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박부장은 “평소에는 대하기 어려운 상사들도 이날 만큼은 한없이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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