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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20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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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본보 취재팀이 단독입수한 경찰의 서울시내 전자연동신호제어기(KC100모델) 고장실태 내용서에 따르면 폭우가 내릴 경우 신호제어기의 고장률이 평상시보다 최고 5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장실태
폭우가 자주 쏟아졌던 지난해 8월 한달간 서울 중구 종로구 동대문구 성북구 중랑구 등 강북지역 5개 구의 전자연동신호제어기 중 122대가 고장났다. 이는 건기인 2,3월의 월 평균 23대에 비해 5배 이상 많은 수치.
전자연동신호제어기는 한 대에 평균 16개의 신호등이 연결돼 있으므로 이 기간 중 최대 1900여대의 신호등이 고장났을 것이란 추산이 가능하다.
올 여름에도 마찬가지다. 서울 지역에 11.6㎜의 비가 내린 지난달 16일 오후5시경 서대문구 창천동 신영극장 앞 횡단보도 신호등과 차량 신호등이 갑자기 꺼졌다. 신호제어기와 신호등을 연결한 케이블에 빗물이 스며들어 누전이 됐기 때문. 수리가 끝난 오후 6시반경까지 이 일대는 극심한 차량 뒤엉킴 현상을 빚었다.
한 경찰관계자는 “6월16일 하룻동안 서울시내 신호제어기 가운데 70여대가 고장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44.5㎜의 비가 내렸던 5월3일엔 서울 강북지역에서 13대의 신호제어기가 고장났다. 반면 비가 내리지 않았던 5월2일과 4일의 고장건수는 각각 4대, 5대에 불과했다.
◆고장원인
비올 때 도심 신호등이 무더기로 고장나는 것은 신호제어기와 신호등, 전자연동신호기와 지방경찰청 컴퓨터를 각각 연결하는 케이블에 빗물이 스며들어 누전이 되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이는 케이블이 낡아 피복이 벗겨졌거나 도로굴착 공사를 하면서 케이블에 손상을 입힌 채 방치해 놓았기 때문.
게다가 신호제어기의 접지시설도 최근에 교체한 일부를 제외하곤 엉성하게 설치된 게 많아 낙뢰가 인근에 떨어지면 그 충격으로 고장나는 경우가 많다고 보수업체 관계자들은 전한다.
현재 서울시내 신호제어기 2293대 중 반 이상이 교통안전시설실무편람상 내구연한인 10년을 넘긴 상태다.
경찰관계자는 “폭우시 신호등 고장률이 높지만 교체비용 등 예산이 부족해 아쉬운 대로 수리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취재진이 6월중순부터 최근까지 한달간 서울의 부도심 지역을 확인한 결과 빗줄기가 거세지면 교통경찰이 초소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택시기사 김대환씨(35)는 “빗속에 서 있어야 하는 교통경찰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수신호로 정리해주는 경찰이 없으니 차가 뒤엉켜도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서울 외곽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주요 버스전용차로도 비가 오면 단속요원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하동익(河東翊)교통운영실장은 “미국의 경우 신호제어기는 7∼8년 주기로, 신호등의 전구는 6개월 주기로 교체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대도시의 교통관리체계는 비오는 날 심각한 체증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