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이주 울산 황암마을, 내달2일까지「별신굿」행사

  • 입력 1999년 6월 29일 02시 03분


울산 남구 황성동 황암마을 120가구 500명의 주민들이 집단이주를 앞두고 조상 대대로 살아온 마을이 흔적없이 사라지는 안타까움을 달래기 위해 28일 ‘별신(別神)굿’을 올렸다.

다음달 2일까지 마을 성황당 앞에서 계속되는 별신굿은 영해(寧海)별신굿 기능보유자로 경북지방 무형문화재 제3호인 송동숙(宋東淑·71)씨 등 15명이 진행한다.

28일 송씨가 구성진 목소리로 마을 신에게 고별인사를 올리는 별신굿을 할 때는 오랫 동안 이 마을에 살았던 노인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마을은 정부에 의해 환경오염 피해지역으로 분류돼 85년 10월부터 집단이주가 추진돼온 총 7466가구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곳이다.

울산공단 인근의 다른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까지 보상금을 받고 울산시가 조성한 중구 태화동과 다운동 등 집단이주지역으로 옮겨갔으나 이 마을 주민들은 보상금이 적다는 이유로 이주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이달 초 가구당 400만∼1800만원씩 추가로 받기로 하고 ‘9월7일까지 중구 다운동 집단이주지와 중구 병영동 임대아파트로 이주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 마을 앞바다에는 처용(處容)설화의 발상지인 처용암(處容岩)이 있다.

한편 이 마을 주민들이 이주하고 난 뒤 마을터 10만평과 매립될 마을 앞바다 18만평 등 28만평에는 SK㈜ 등 3개 업체의 관련시설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마을 통장 김용길(金龍吉·52)씨는 “그동안 모아둔 마을기금 5천만원으로 별신굿을 벌이고 있다”며 “앞으로 향우회를 조직해 한해에 한번씩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정재락기자〉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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