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交戰상보]『쿵…쿵…』긴장의 바다 불붙다

  • 입력 1999년 6월 15일 19시 16분


▼교전상보▼

‘타타타탕.’

북한 사병들이 갑판위를 뛰어오르는가 싶더니 갑자기 총격소리가 바다위를 가르며 터져나왔다. 북 어뢰정이 25㎜ 포로 우리 해군 고속정을 향해 일제 선제공격을 시작했다.

15일 오전 9시25분 서해의 북방한계선(NLL)남쪽 2.5㎞, 연평도 서쪽 10㎞ 지점에서 시작된 남북 해군간의 교전상황 발발순간의 모습이다.

이날의 교전상황은 오전 6시반 북한 어선 5척이 잔뜩 찌푸린 날씨 속에 엷게 깔린 연무를 뚫고 연평도 인근 NLL을 넘어설 때부터 이미 예고되고 있었다.이어 오전 7시15분부터 10분간 또 다른 북한 어선 15척도 차례로 NLL을 넘어서 오전 7시25분에는 NLL 남쪽 2.5㎞해상에서 조업하는 북한 어선은 모두 20척으로 늘어났다.

30분 뒤인 7시55분부터는 북한 경비정과 어뢰정들도 NLL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80t급 북한 경비정 2척이 먼저 NLL을 넘어섰고 뒤이어 8시반에는 420t급의 또 다른 북한 경비정 2척이 어뢰정 3척의 호위를 받으며 내려와 조업중이던 북한 어선 주위를 돌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오전 9시. 우리 어선들이 북한 어선들이 조업하고 있던 해상으로부터 5㎞ 남쪽까지 접근했다.NLL 남쪽에서 북한 경비정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던 우리 군은 우리 어선의 안전을 위해 밀어내기 작전에 돌입했다.

오전 9시7분. 우리 군의 고속정 1척이 북한의 420t급 경비정을 향해 쏜살같이 돌진, 충돌해 밀어내기 작전을 시작했다.

뒤이어 오전 9시20분과 25분에는 우리 군의 또 다른 고속정들이 북한의 80t급 경비정 및 어뢰정과 잇따라 충돌했다.

그 순간 우리 군의 고속정에 조금씩 뒤로 밀려나던 북한 어뢰정의 갑판위에 서있던 북한군 사병 10여명이 갑자기 우리 고속정을 향해 25㎜ 포를 쏘기 시작한 것.

불의의 공격을 당한 해군 고속정이 바로 40㎜ 포로 응사에 들어갔다. 잠시 고막을 찢는 듯한 총소리가 이어진 뒤 고속정을 호위중이던 우리측 초계함의 76㎜ 함포가 ‘콰콰쾅’하는 소리와 함께 화염을 토해냈다.

푸른 빛 바다위에 빨간 불꽃이 치열하게 오가기 10여분.

‘꽝’하는 굉음과 함께 북 어뢰정 한대가 시뻘건 화염에 휩싸였다. 아군 초계함이 발사한 함포가 어뢰정에 그대로 꽂힌 것.

당황한 북한 함정들이 주춤거리는 기색을 보였고 이때부터 해군은 집중사격을 가하며 전세를 주도해 나갔다.

이어 해군 고속정에서 발사된 40㎜ 발칸포가 북 경비정 2척에 명중됐다. 화염에 싸인 경비정 1척이 파편을 튕기며 바다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다른 1척도 심하게 기울어진 채 북측 해상으로 물러났다.

이어 화력의 열세를 실감한 듯 나머지 북 함정들이 퇴각하기 시작했다. 오전 10시경 북 함정들은 NLL 북쪽으로 완전히 퇴각했다.

▼양측피해상황▼

이날의 교전으로 우리 군은 북한 군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이날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과 어뢰정은 모두 7척.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 어뢰정(17인승)은 모두 3척이 NLL을 넘어왔으나 우리 군 초계함의 76㎜함포에 맞아 1척은 교전 현장에서 가라앉았다.

또 경비정 1척도 크게 파손돼 침몰될 뻔 했으나 다른 북한 경비정들에 의해 간신히 예인돼 북으로 돌아갔으며 도주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경비정 2척도 파손됐다. 즉 모두 4척이 침몰하거나 크게 파손당한 것이다.

북한 군의 인명피해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편 우리 군은 이번 교전으로 큰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우리 군의 피해상황을 조사한 결과 7명이 가벼운 경상을 입었을 뿐 사망자나 중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또 초계함 1척과 고속정 1척의 기관과 선체 일부가 파손돼 초계함의 경우 선미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기도 했으나 둘다 정상기동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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